[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정부가 권력 공백기를 맞은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트럼프 관세 청구서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는데요. 미국은 오는 4월 2일(현지시간)을 '해방의 날'로 지칭했습니다. 이날 무역 파트너별로 '맞춤형' 관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무역적자국'으로 콕 찍었을 뿐 아니라 최근 주요 발언마다 한국을 소환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비롯해 민감 국가, 무역적자국, 자동차,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슈 때마다 한국을 매번 거론하며 관세 협상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디비전 남자 레슬링 챔피언십에서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불공정 무역국가에 '한국' 지목
23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내달 2일 미국의 상호 관세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국가로 유럽연합(EU), 멕시코, 일본, 한국, 캐나다, 인도,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 등 측근들을 인용해 "이번 발표는 미국의 관세를 대폭 확대하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기존의 전 세계적인 일괄 적용 방안보다는 더 집중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저분한 15'(Dirty 15) 라고 부르는 국가에 대해 상당한 관세를 발표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4월 2일에 우리는 각 국가의 관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숫자를 각 국가에 부여할 것"이라며 "어떤 국가는 그 숫자가 꽤 낮을 수 있고 어떤 국가는 꽤 높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지저분한 15'에 어떤 나라가 속해있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핵심 참모들…돌아가며 '난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언급에서 한국이 거론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를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한국을 난타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가 4배 높다"고 언급하며 본격적인 관세 압박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부가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올라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14일 미국의 상호 관세가 한국과 일본, 독일 등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수입차에 부과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에는 FTA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수입차에 부과하겠다는 통보입니다.
한·미 FTA 새 국면…핵심은 '비관세 장벽'
지난 16일에는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걸고넘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에도 한·미 FTA를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하며 폐기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한·미 FTA에 부정적인 트럼프 행보를 감안할 때 한미 FTA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건데요. 루비오 국무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한 뒤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7일에는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한국을 콕 집어 무역적자 책임론과 비관세 장벽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해셋 위원장은 "우리는 유럽, 중국, 한국과의 무역에서 오랫동안 적자를 기록해왔다"며 "무역 장벽을 낮추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디지털·자동차·농축산물' 문제까지… USTR 의견 수렴
실제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문제로 거론했습니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관련 분야는 디지털·자동차·농축산물 등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자국 업계로부터 부당하다고 느끼는 무역 상대국의 제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미쇠고기생산자협회(NCBA)는 최근 "한국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 무역"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또한 "한국에서 지도데이터를 반출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여러 국제적 공급 업체들이 신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한 적이 아예 없다"고 지적하며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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