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이번 주말에도 ‘윤석열 파면’ 피켓을 들지 몰랐다. 날씨 좋은 토요일에 이게 뭔 짓인가. 추운 겨울 12·3 계엄사태가 벌어졌고, 이젠 벚꽃 피는 봄날이다. 그런데 왜 윤석열이 아직도 대통령인가.”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승하씨는 “비상계엄 당일 동네 형이랑 차를 타고 국회로 달려간 지 100일이 넘었다”며 “헌법재판소는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22일 윤석열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또다시 서울 안국역을 찾았습니다. 그는 지난주에도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고 했습니다.
헌재의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는 애초 지난 14일이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주엔 선고기일을 잡지 않았고, 다음 주 24일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선고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윤씨의 선고가 3월말 또는 4월 초까지 밀릴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수뇌 즉각파면’ 등의 피켓을 들고 광장에 다시 모였습니다. 탄핵 촉구 집회는 안국역 외에 도심 곳곳에서도 열렸습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후 5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윤석열 파면’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집회장소 주변에는 이날 오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포근한 봄 날씨에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안국역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어울렸습니다. 등산을 나온 시민들은 주변 천막에서 진행한 탄핵 촉구 서명에 참여했고, 반팔을 입은 한 30대 청년은 ‘헌재야, 이제 더워진다. 선고기일 좀 잡자’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은 헌재를 향해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서 “헌재가 당연한 파면 결정을 늦추면서 판결 내용도 달라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원과 검찰에 대한 분노가 파면 결정을 지연하는 헌재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주권자 국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 투쟁 수위를 높아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민주노총은 오는 26일까지 헌재가 파면 선고일정을 확정하지 않는다면 27일 총파업 총력투쟁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날 오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은 수도권 조합원 3000여명이 참여한 총궐기 행진대회를 열었고, 이후 광화문 탄핵 촉구 집회에 합류했습니다.
22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비상행동이 윤석열씨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진행된 비상행동 집회는 야5당의 범국민대회와 함께 진행됐습니다. 주최 측은 집회 인원을 100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대학생 성예림씨는 “계엄 당일에는 무서웠고 이젠 불안한 마음이 커져 매주 집회에 나오고 있다”며 “다른 학생들도 시민들과 함께 매일 광장에 나오고 있는데, 국민들이 뭘 더 해야 대통령 파면이 이뤄질 수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시민들이 광장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파면도 시민들이 끝까지 광장을 지켜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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