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수년째 감액 배당을 실시하는 상장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2년 26개, ’23년 36개, ’24년 70개 상장기업이 감액 배당을 실시했으며 올해에도 HS효성 등 약 20여개 상장기업이 감액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른바 감액 배당이란 회사에 적립된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에 따라 그 초과한 금액을 감액하여 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상법 제461조의2). 여기서 자본준비금은 주식발행초과금 등 기업의 자본거래에서 발생하는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되는데 자본잉여금은 반드시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며(상법 제459조), 이익준비금은 기업이 이익배당을 실시하는 때에 그 이익배당액의 10분의 1 이상을 자본금의 2분의 1이 될 때까지 적립해야 하는 금원을 가리킨다(상법 제458조). 이러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을 상법상 법정준비금이라고 하며 자본금의 결손 보전 이외에는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상법 제460조). 따라서 감액 배당은 법정준비금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 자본을 감소시켜서 배당을 지급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즉 자본의 증가액)을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자본총액이 감소했는데 어떻게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상법에서는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정준비금의 적립을 강제하고 그 사용을 자본금의 결손 보전으로 제한하는 등 자본 충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기업이 스스로 자본총액을 감소시키고 그 자본감소액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감액 배당은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새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감액 배당을 실시하는 까닭은 주주들이 감액 배당을 주주 가치 제고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세법에서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는 감액 배당을 비과세소득인 ‘출자의 반환’으로 규정했기 때문에(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 오히려 주주들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감액 배당은 본질적으로 자본 충실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대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 기타 이익잉여금 등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받는 주주에게는 소득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양자 간의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 대주주 등이 의도적으로 기업에 가수금을 계상하고 이를 출자로 전환하는 경우 대주주 일가에 대한 우회 증여와 증여세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 지속적인 감액 배당은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성장 여력을 잠식하기 때문에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기업에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모두 있는 경우 반드시 이익잉여금부터 감액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는 때에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 채권자 보호 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미·일 양국의 상법에서 감액 배당의 재원과 절차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도 감액 배당은 자본 충실의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는 것이지 주주 가치 제고와 조세 회피 수단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한 상법 개정과 더불어 감액 배당 관련 법령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요구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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