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극적 반전…'기사회생' 이재명, 대선가도 '탄력'
'사법리스크 부담' 해소…민주당 내 대세론 '굳건'
2025-03-26 17:58:27 2025-03-26 19:32:4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선재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았습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게 됐습니다. 향후 대선 가도에도 탄력이 불을 전망입니다. 특히 대선 불출마 요구와 후보 교체론을 내세우려던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잦아들면서 당내 '이재명 대세론'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후보 자격 논란 탈피…비명계 공격 잦아들 전망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선고를 마친 뒤 무죄 선고 소식에 환호하는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향해 "진실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어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전했습니다.
 
이후 이 대표는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했던 노력을 산불예방이나 국민의 삶 개선에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산불이 번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나라의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공력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은 뒤 곧장 경북 안동 산불 피해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산불 피해 현장을 살피며 대권주자으로서의 안정감과 위기대응 능력을 보이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개인적 고난은 한 차례 넘겼지만, 산불 피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떠올리니 걱정이 앞선다"며 "피해 주민들에 대한 책임 있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무죄 선고로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자격' 논란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게 되면서 대선 가도에 다시금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초 이 대표는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될 경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서 빠져나왔습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최종심에서 2심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고 해도 대선 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도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이 대표는 당 장악력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주당 내부에 이 대표만큼 대규모 지지층을 보유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사법리스크까지 일정 부분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비명계를 비롯한 다른 대권 주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입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신 3김은 '2등 싸움'에 집중하거나 '불출마'를 선택해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도외연 확장 주력…검찰 공세 수위도 강화
 
대선 전략 차원에서 중도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대표는 최근 실용주의 성장 당론을 앞세워 분배보다 성장을 강조하고,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과 근로소득세 개편, 대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 이슈를 던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도 높아질 전망입니다. 당 차원에서 그동안 윤석열정부와 검찰로부터 핍박받아 왔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 항소심 선고 때문에 윤석열씨에 대한 파면을 압박한다는 '프레임'도 이번 무죄 선고로 깰 수 있게 됐습니다.
 
여론조사상 독주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한층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날 공표된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3월22~24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46.3%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 우위를 보였습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6.1%, 홍준표 대구시장 7.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5%, 오세훈 서울시장 6.2% 등이 이 대표의 뒤를 이었습니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2주 전 조사보다 3.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번 무죄 선고 뒤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도 이번 무죄 선고로 이 대표의 향후 대선 가도에 대해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죄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정국 주도권을 사실 이재명 대표가 완벽하게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 부담을 한결 덜면서 행보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향후 대권 행보에) 거의 날개 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