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규제를 이기는 시장, 누가 만들었나
2025-03-28 06:00:00 2025-03-28 06:00:00
이달 19일 정부와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을 사과하며 1개월여 만에 정반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조치를 내놨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24일 0시를 기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타깃이었던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거래는 끊겼다. 그러나 이번 토허제에 묶이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상급지의 규제가 하급지의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앞서 2019~2020년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들에 대한 규제(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 조치 등)가 이뤄진 후 대출 등이 가능했던 경기 수원, 용인, 성남 등 지역들의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주변부 집값 상승은 다시 핵심지의 호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추이를 살피고 규제 지역을 더 늘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풍선효과의 차단이다. 다만 규제를 더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규제 지역을 추가한들, 시장이 규제를 피해 움직이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오히려 정부가 다음 투자 지역 좌표를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이 동네는 집값이 비싸질 것이라고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란 논리다.
 
실제 규제에 묶였던 지난 2년 동안 서울 시내에 3.3㎡(평)당 1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 단지는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번 부동산 규제 타깃인 강남·서초·용산구의 고가 아파트는 올 2월 기준으로 3.3㎡당 1억원 초과 아파트 37개 단지에 이른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 강도를 높였지만 고가 아파트는 더 늘어나는 '규제의 역설'이 반복되는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핵심지 주변 지역에서도 신축이거나 입지가 좋은 아파트 가격은 이미 강남발 상승세가 번져 고점의 가격을 형성한 상태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이겼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정부에 승리하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은 앞선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 보급 등에 따른 정보의 민주화로 시장 자체가 '고지능 집단'이 되면서 통제하려고 해도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규제할수록 인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는 그래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정부 정책은 국민 신뢰가 바탕이다. 정책이 신뢰를 잃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는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약발이 먹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투기 집단이라는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시장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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