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 조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학과 의사인 마크 알버스 박사. (사진=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한국에서 치매 환자들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는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생기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기억력, 사고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을 점진적으로 저하시킵니다.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마크 알버스(Mark Albers)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은 “AROMHA Brain Health Test(ABHT)”라는 일종의 후각 검사(olfactory test battery)를 기반으로 하며, 참가자들의 후각 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이나 경도 인지 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이하 MCI)가 있는 고령자들은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고령자들에 비해 냄새를 구별하고 식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경고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후각은 뇌의 특정 부위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후각 기능의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후각 인식, 구별, 기억 능력 등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ABHT, 원격으로 자가 관리 가능한 혁신적인 도구
ABHT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이체 치매(Lewy Body Dementia)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을 돕기 위한 유망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테스트는 원격으로 자가 관리가 가능하여, 다양한 연령대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참가자들로, 이들 모두에게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후각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무후각(anosmic) 참가자들을 정확히 판별했습니다.
ABHT는 향후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이 테스트를 통해 후각을 기반으로 특정 질병의 발병, 진행, 치료 반응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생리적, 분자적, 혹은 생화학적 지표인 바이오마커를 활용하여 질병의 진행 정도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인지 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해, 관리하고 억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후각 장애와 노화
이번 연구는 또한 후각 기능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후각적 식별 및 기억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며, 경도 인지 장애가 있는 고령자는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고령자보다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후각이 뇌 건강, 특히 인지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후각 기능의 저하가 단지 나이 탓만이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향후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여러 질환의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특히 후각 기능이 인지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후각 기능을 평가함으로써 더 빨리 진단하고 관리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ABHT의 한계와 향후 과제
ABHT는 후각 기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향후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일부 참가자는 신경심리학적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검사 결과에 오류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ABHT를 통해 얻은 후각 인식 결과가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ABHT 결과가 뇌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뇌척수액(CSF) 검사와 함께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 보고서의 제1 저자인 알버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후각 검사가 다양한 언어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신경퇴행성 질환과 임상적 증상의 발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BHT는 알츠하이머병과 경도 인지 장애(MCI)의 초기 진단을 위한 유망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후각 기능 저하가 인지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이 테스트는 원격으로 자가 관리할 수 있어서 기존의 테스트 방법들에 비해 효율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후각 기능 장애가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경고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연구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습니다.
ABHT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내용의 ChatGPT이미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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