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리더십 공백’이 생긴
삼성전자(005930)가 ‘포스트 한종희’ 찾기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서 차기 인선을 논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에서는 자사 또는 계열사 내 인사가 후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일반적인 인사에 그치면 안 된다며 과거 ‘기술 삼성’을 복구할 인재나 외국인 CEO 등 파격 인사를 조언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사진=뉴시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고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했던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과 DA(생활가전) 사업부장의 후속 인사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주 초에 1분기 잠정실적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실적 발표 이전인 이번 주에 이사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차기 DX부문장으로는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노 사장이 DX부문장을 맡는다면 MX사업부장을 겸임하거나, 이달 초 사장으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이 후임 사업부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전경훈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과거 삼성을 이끌었던 타 계열사 사장급 인사 귀환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노 사장은 현재 DX부문의 유일한 사내 이사로, 추후 이사회 의결로 대표이사 선임까지도 가능합니다. 지난 1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한종희-전영현 부회장의 2인 체제가 복원됐지만 한 부회장의 별세로 6일 만에 전 부회장의 1인 대표체제로 변경됐습니다. 다만 지난해 5월 반도체 사업 수장이 전격 교체된 이후 10개월간 한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 만큼 당분간 1인 체제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DA사업부장은 1971년생인 문종승 생활가전 개발팀장(부사장)이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문 부사장은 28일 개최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한 부회장을 대신해 기조연설에 나선 바 있습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도 물망에 오릅니다. VD와 DA 사업부가 연관성이 높아 용 사장이 겸임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삼성 내에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에 반해 전문가들은 더 혁신적인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주요 사업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의 위기를 정상화할 수 있는 인재 기용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과거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술 기업이었다면, 현재는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을 늘리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사가 등용된다면 이러한 기조는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단기적 성과가 아닌 '기술 삼성'으로의 복귀를 추진하는 인재가 뽑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CEO 발탁 사례와 같이 관료주의를 깨부수고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유능한 외국인 CEO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CEO와 그의 팀이 함께 조직 내에 들어오도록 하고, 그들에게 큰 권한을 주는 등 장악력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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