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용대가·플랫폼법도 한국 무역장벽으로 지목
USTR 무역장벽보고서 공개…통상압박 디지털로 확전
망이용대가·공공분야 CSAP로 반경쟁 우려
"실익 따져 정책 추진 어려워져…정책 추진 힘들어질 듯"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도 문제삼아…국내업계 "안보에 우려"
2025-04-01 14:47:53 2025-04-01 16:58:0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이 디지털 분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부터 지속돼온 망 이용 대가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법안, 공공 분야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전방위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이기에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도 통상 압력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시시간)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에서 추진 중인 망 이용 대가와 온라인 플랫폼 법안 등을 불공정 사례로 거론했습니다. 
 
USTR은 국내에서 2021년부터 발의되고 있는 망 이용 대가 법안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실제 21대 국회에서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망 이용에 있어 공정한 계약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8개 발의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김우영·이정헌,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후 관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USTR은 보고서에서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공급업체이기도 해 미국의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내는 비용은 한국 경쟁업체들을 유리하게 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3대 ISP 과점 구조를 더욱 강화해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반경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USTR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개재된 망 이용 대가 부분. (자료=USTR)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왔던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특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제하려는 플랫폼경쟁촉진법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한국의 두 대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제외된다"고 기재했습니다.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 등은 지난해 1월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추진에 대해 미국 업체가 주 타깃이 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USTR은 한국의 공공 분야 CSAP도 무역장벽으로 봤습니다. CSAP는 공공 기관에 클라우드를 공급하고자 할 때 획득해야 하는 필수 인증입니다.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만들었고, 2022년 3월 클라우드 컴퓨팅 진흥법 개정을 통해 행정 지침에서 법적 요건으로 격상됐습니다. 보고서에는 "CSAP는 한국의 공공 부문에 판매하려는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제공 업체(CSP)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보안 인증을 개정해 모든 공공 네트워크를 CSAP에 따라 3단계 위험 등급으로 나누는 3단계 체계를 도입했지만, 이는 여전히 한국 공공부문에 판매하려는 미국 CSP에게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이러한 목소리를 줄곧 내왔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압력을 가하고 있어 한국의 정책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럽연합(EU)처럼 규제를 통해 국내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측면이 있었지만, 정책 추진이 힘들어질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전에는 통상 압박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정책을 펴왔지만, 지금은 실익을 따져보며 정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플랫폼법 자체는 국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고, 국내 대표 기업들도 반대하고 있어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다"면서도 "망 이용 대가는 국내 플랫폼사들은 내고 있어 역차별 문제와 함께 통신사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CSAP 인증이 개방되면 국산 클라우드 업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USTR은 또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해외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한국에서 원활한 지도 서비스를 위해 축척 1대5000의 고정밀 지도 반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구글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USTR은 "위치 기반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한국의 제한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해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통합하고자 하는 해외 공급업체는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라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의 수출에 대해 이러한 제한을 유지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기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 외에도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가 존재하며, 구글은 이 고정밀지도 데이터 없이도 다른 나라에서도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글 요구대로 데이터가 공유될 경우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짚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1대5000의 고정밀지도는 모든 좌표가 다 공개되기에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구글이 해외 관광객을 빌미로 고정밀지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는 1대2만5000 축척 지도에서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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