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중소기업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규 취급을 줄였습니다. 앞으로도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는 만큼 대출 증가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중기대출 규모는 지난해 46조3800억원으로 전년(56조257억원) 대비 10조원가량 줄었습니다. 중기대출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도 같은 기간 19조7751억원에서 15조6402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저축은행 중기대출 규모는 2022년 65조3972억원으로 절정에 이르렀다가 2년 새 20조원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도 24조2257억원에서 대폭 줄은 모습입니다.
5대 저축은행을 살펴보면 SBI저축은행은 중기대출 비율을 39.90%로 낮췄습니다. 전년(43.74%) 대비 3.84%p 떨어진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46.42%에서 42.80%로 3.62%p, 한국투자저축은행은 63.21%에서 57.54%로 5.67%p, 웰컴저축은행은 48.80%에서 42.27%로 하락 6.53%p, 애큐온저축은행은 55.69%에서 33.08%로 22.61%p씩 각각 내려갔습니다.
저축은행이 중기대출 규모를 줄이는 이유는 자산건전성 관리 때문입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53%로 전년말(5.01%) 대비 0.48%p 하락하면서 소폭 개선됐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전년말(8.02%) 대비 4.79%p 상승했습니다. 시장 악화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자 중기대출 취급을 줄여온 것입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이 작년에 중기대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출 규모 많이 줄여왔다"면서 "올해도 건전성 제고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격적인 영업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경제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 현황이 안 좋고, 중기대출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건전성 문제가 생기면 취급을 줄이기도 한다"며 "시장 상황과 시점에 따라 가계와 기업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부동산PF나 건설업 관련 대출을 줄인 경우에 중기대출 수치가 더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은행권이 우량 기업 대출만 취급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까지 중기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용이 낮거나 신생 중소기업은 대출 창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기대출 축소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마지막 대출 창구'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들이 중기대출을 축소하면 생산 및 고용 축소, 비제도권 대출로의 이동 위험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금 단절 없이 안정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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