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의식의 문을 여는 열쇠, '시상'이 쥐고 있다"
뇌 깊은 곳에서 처음 밝혀진 의식의 메커니즘
2025-04-14 09:31:30 2025-04-14 14:14:33
인간의 의식적 지각에서 게이트 역할을 하는 내측 시상핵. (사진=Scienc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의식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결정합니다. 초콜릿 한 조각의 달콤함, 누군가의 따뜻한 목소리, 반짝이는 아이콘 하나조차 우리가 ‘인식’할 때에만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뇌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 같은 인식을 통제할까요?
 
지난 4월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뇌의 깊숙한 구조인 ‘시상(thalamus, 視床)’이 바로 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의식 연구 분야에서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평가받는 이 연구를 개괄적으로 살펴봅니다.
 
생각의 문지기, 시상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식 연구는 뇌의 외부층인 대뇌 피질(cortex)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사범대학의 신경과학자 장 밍샤(Mingsha Zhang) 연구팀은 인간의 뇌 깊은 곳, 시상에 집중했습니다. 시상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중심지로, 이전에는 단순한 ‘정보 중계소’로만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는 그 이상임을 보여줍니다.
 
장 박사는 “의식이 단지 피질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시상이 어떤 자극을 인식할지 결정하는 필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우리는 처음으로 인간의 시상과 전두엽 피질에서 의식적 지각에 대한 신경 활동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이미 뇌 수술을 받고 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화면 속 깜빡이는 아이콘을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과제를 수행했고, 동시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시상과 전두엽 피질(PFC)의 신경 활동이 실시간으로 기록됐습니다.
 
밀리초 단위의 전쟁… 의식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놀랍게도 참가자들이 아이콘을 ‘의식적으로 인지했을 때’의 시상 활동은 전두엽 피질보다 먼저,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상이 단순히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의식으로 들어오는지를 선별하고 통제하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시드니대학교의 시스템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퍼 와이트(Christopher Whyte)는 이 연구 결과를 다룬 네이처(Nature)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뇌 영역에서 동시에 정밀한 신경 데이터를 기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의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신호의 흐름과 타이밍을 통해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시상 내측 및 중층핵(imTha)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이 영역의 활동은 복측핵(vTha)이나 전두엽 피질보다 먼저 발생하며, 의식이 ‘출현하는 순간’을 주도하는 중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의식적 인식이 발생하는 동안 시상과 전두엽 피질 간의 θ파(2~8Hz) 동기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뇌의 다른 작업 관련 활동과 구별되는 신호 패턴이었습니다.
 
의식 연구의 퍼즐, 새로운 조각을 맞추다
 
이전까지 시상은 의식에 ‘필수적인 전제 조건’으로만 간주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는 그 자체가 의식의 내용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학계에서는 이 연구가 그동안 상당히 도전적이면서도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던 과학적 탐구 주제인 의식에 관한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된 것으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뇌과학적 진전을 넘어, 의식의 신경 생리학적 기반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적 도약을 의미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의학, 철학, 그리고 자아 정체성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연구는 새로운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장 박사는 향후 계획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인간 실험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시상과 전두엽 간 연결의 정교한 메커니즘을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의식이라는 가장 사적인 세계. 거기로 들어가는 문이 깊고 정밀한 메커니즘에 의해 열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번 연구는 그 문을 여는 열쇠들 가운데 하나를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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