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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이하 한화에어로)가 최근 논란이 된 대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일반 주주 몫을 줄이고 오너 일가 참여 비중을 늘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자산 가치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오너 일가 회사로부터 매입한 한화오션보다 오너 일가가 새롭게 인수하는 한화에어로의 신용등급이 더 높기 때문이다.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더 높은 신용등급의 주식을 확보하게 되면서 오너 일가는 향후 상속세나 증여세 재원 마련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팔고, 한화에어로 지분 취득…‘신용등급 차이’가 만든 논란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가 최근 두 달 사이 연이어 추진한
한화오션(042660) 지분 인수와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실질적인 자산 가치 상승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온 유상증자가 오히려 오너일가에게는 자산 구조를 유리하게 재편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2월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에너지가 같은 금액을 들여 한화에어로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한화에너지가 김동관·동원·동선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그룹 내 자금이 순환 구조로 이동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화에너지가 보유했던 BBB+ 등급의 한화오션 지분이 AA-급 한화에어로 지분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한화에너지는 한달 만에 별다른 지출 없이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높은 등급의 한화에어로 지분으로 맞바꾼 된 셈이 됐다.
유상증자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이 더 높다는 점은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일반 주주주 입장에서는 자금 유입에 따른 주가 희석과 부담만 떠안는 반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지분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용등급 외에 현금흐름등급도 차이가 난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현금흐름등급은 'CF4'다. 이는 연간 창출한 현금흐름으로 운전자금 투자 수요금액을 충당하지 못하는 보통이하의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한화에어로는 'CF2'로 영업활동 수익성이 양호하고 투자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태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하반기 한화오션이 약 10조원 규모의 호주 신형 호위함 수주에서 탈락한 것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낮은 신용등급 때문이었다”라며 “우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등급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단순한 시장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조달 여력, 증여·상속 시의 세무상 평가, 나아가 기업집단 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회사 측이 기자간담회에서 ‘전략적 지분 인수’라고 강조했지만 이들 격차를 언급한 점에서 사전에 이 같은 효과를 인지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향후 오너일가의 상속세 및 증여세 재원 마련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에어로의 경우 회사 경영을 운영해야 하는 이사회 독립적으로 그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너 일가(삼 형제)는 이사회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그룹을 통제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용 등급, 채권 등급이 높은 회사로 지분은 맞교환했을 때 상속세, 증여세 등 오너로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비판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용등급 격차를 이용한 내부 자산 이동은 법적 문제는 없지만,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선 주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시장의 감시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실시한 것은 시장 상황에 맞춰서 대규모 투자를 하기위한 선택"이라며 "이 과정에서 시장의 반발을 의식해 유증 규모를 줄였고, 오너 회사라는 한화에너지도 할인율 없이 제3자배정에 참여하는 등 일각에서 비판한 승계 작업의 재원마련 , 오너가 수혜 등이 아닌 사업적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신용등급 차이를 고려한 지분 가치 교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사업적 판단 vs 승계 포석…오너 일가 상속세·증여세 재원 마련 시급
한화그룹은 이번 유증 목적이 승계 작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오너 일가의 상속세·증여세 재원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3세가 주식담보대출로 확보한 자금은 약 2896억원이며, 담보비율은 56.8%에 달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모친 고(故) 서영민 여사로부터 상속받은 ㈜한화 주식 34만3000주 전체를 상속세 납부 담보로 공탁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고배당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어, 오너 일가의 유동성 확보 수단은 사실상 주식담보대출에 편중돼 있다. 또한 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사실상 주담대가 유일하다. 이번 유상증자 이후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한화에어로 지분 확보로 담보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와 함께 김 회장은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363만8130주(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각각 242만5420주(3.23%)씩 증여했다. 이에 따른 증여세는 3월 평균 종가 기준 약 2218억원으로 추산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그룹이 고배당 정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려면 주식담보대출이나 자산 가치 이동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IM증권 변용진 연구원은 “회사의 설명과 사업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예고 없이 이뤄진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입장에선 희석 부담이 존재한다”며 “회사가 제시한 투자계획이 2030년까지 장기 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채 발행이나 점진적 자금 조달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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