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반명 빅텐트'…명분도 실익도 없는 '신기루'
이재명 당선 저지 위한 '연대'…정치공학적 '세 규합'에 불과
2025-04-15 17:43:17 2025-04-15 17:43:17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국민의힘과 제3지대 간 '반이재명 빅텐트론'이 연일 군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계파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를 꾸려야 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정치공학적 셈법에 갇힌 묻지 마 '합종연횡'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명분과 실익이 없는 '신기루 연대'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비명계·보수·제3지대 '영끌' 합종연횡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쩍 반명(반이재명) 기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무한 정쟁과 분열로 몰아갈 이재명 세력을 극복해야 한다"며 "많은 차이에도 이번만큼은 (이재명 세력을 극복하는 게) 공통의 사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제외한 반명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은 셈입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가세해 반명 빅텐트론을 꺼냈는데요. 범보수 대선 후보 중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이재명 텐트를 만들지 않을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탄생하면 그 사람 중심으로 개혁신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반이재명 세력들도 반이재명 연대를 같이 해야 (이 전 대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우리가 많은 상상을 해봐야 하고 때로는 결단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밖에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도 '연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이 반명 연대를 꺼내든 이유는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의 당선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세력 규합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아울러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빅텐트 없이 이 전 대표와 맞붙었을 때 대선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모을 수 있는 인물을 전부 모아 이 전 대표에 맞설 '연합전선'을 꾸리겠다는 의도입니다. 
 
반명 빅텐트는 국민의힘을 넘어 각 당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거론됩니다.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꼽힙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제3지대에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가세, 반명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반명을 기치로 연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각자가 내세우는 가치와 정치 철학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등록 접수가 시작된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빅텐트 단일후보까지 '산 넘어 산'
 
반명 빅텐트가 실제로 가동된다고 해도 실익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기 대선 레이스 초반인 현재 이 전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지지율은 과반에 육박하는데요. 이 때문에 반명 빅텐트는 대선 판을 흔들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앞으로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정된 뒤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한덕수 대통령 겸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물리적인 시간 역시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윤씨의 탄핵 찬반과 연대한 인물 간 국정 현안을 둘러싼 주자들의 견해차도 좁히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 경우 완전한 의미의 빅텐트는 사실상 물 건너갈 전망입니다. 
 
앞서 2017년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씨 파면 뒤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도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추진됐습니다. 반문 연대의 핵심인물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이들은 민주당을 탈당한 뒤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했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반문 연대가 불발된 원인은 정치적 지향점의 차이였습니다. 이번 조기 대선도 연대를 모색하는 잠룡들 간 이념적 거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반명 연대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단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반명 빅텐트론에 대해 "국민의힘이 또다시 스스로 당내서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용병을 통해 정권을 획득하겠다는 용병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