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뒤숭숭'…코너에 몰린 이시바
2025-04-16 11:34:56 2025-04-16 13:33:51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퇴임 후 자유민주당 총재로 선출돼 후임 총리직에 오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취임했지만 약 반년 만에 벌써부터 퇴진설까지 제기되는 실정인데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반년이면 아직 뭔가를 보여주기도 어려운 시간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토마토Pick이 기시다 총리가 위기에 처한 이유와 일본 정국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기의 총리, 저조한 지지율
이시바 내각은 일본 현지에서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였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이 12~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24%로 ‘퇴진 위기’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참의원(일본식 국회 상원) 선거까지만 직을 유지하거나, 아예 그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조한 지지율은 취임 초부터 계속된 골칫거리였는데요. 여기에는 일본 정치권 안팎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상품권 스캔들’ 정국 강타
지난 2023년 민주당 대표를 지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의혹으로 수감됐습니다. 2021년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돈 봉투 살포 의혹’에 휘말린 것인데요. 당시 윤관석 전 의원 등 관계자들은 돈 봉투 살포가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불거진 ‘상품권 스캔들’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 2023년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소속 초선 중의원 15명에게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 게 핵심 내용인데요. 이시바 총리는 ‘노고에 감사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언론 보도 직후 “다들 해왔던 일인데 왜 비난을 받는 거냐”라고 항변하면서, 오히려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등 전직 총리들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에게 기부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범법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논란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비자금 이어 상품권
자민당 내부서도 비판
비판의 목소리는 당 안팎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여소야대 지형이 된 가운데 유일한 연정인 공명당마저 “총리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자민당에서도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는 7월 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미리 해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자민당은 과거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치명적 지지율 하락을 겪었고, 아직도 쇄신과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쇄신을 위해 내세운 당내 비주류 인사(이시바 총리)마저 상품권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당에 남은 마지막 인공호흡기마저 떼야 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정치자금 보고서 오류도
이시바 총리가 상품권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 또 다른 악재가 터졌습니다. 이시바 총리의 지역구 사무소에서 정치자금 서류 기재 오류가 발생한 건데요. 지난달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돗토리현 제1선거구 지부가 2021년에 받은 개인 헌금 14건 132만엔(약 1300만원)의 기부자 주소가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잘못 기재된 게 알려졌습니다. 이는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의 허위 기재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데요. 정치자금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면서 겹악재를 만난 셈이 됐습니다.
 
대미 외교 ‘참사’도 악재
이런 가운데 이시바는 외교정책에서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외교에서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는데요. 문제는 대미외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가한 관세 폭격에 일본 역시 전혀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이른바 ‘아첨 외교’에 공을 들였는데요. 지난 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 일본에 부과한 관세는 24%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외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우리나라(25%)와 비슷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에 예고한 10%의 기본 관세가 90일간 유예되긴 했지만, 이는 일본의 외교 성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 계획도 막히고 거듭 투자만 강요당하는 상황이니, 일본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퍼주고 뺨 맞은 격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식물 총리’ 위기 이시바
사실 자민당 내에서도 비주류인 이시바 총리는 취임 때부터 식물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비자금 스캔들로 당 자체가 동력을 상실했고, 내부적으로도 정책을 지원할 기반이 없었으니까요. 이시바 총리가 독자적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죠. 이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요. 당장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등 양국의 민감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이시바 총리로서도 기회가 없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일본은 국난이라며 국민에게 지원금을 배포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는데요. 관세 논란이 정치권을 덮으면서 스캔들 이슈까지 덮는 양상입니다. 이 사태 해결이 이시바 총리의 ‘별의 순간’이 될 수도 있겠죠. 최근 열린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의 성패도 그의 지지세에 한몫할 테고요. 과연 이시바 총리가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3개월 후 선거에서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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