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특례의 역설)②예측은 기업 손에…투자자는 여전히 '깜깜이 투자'
일회성 비용 등 변수 예측 미반영으로 실적 기대 이하
기업 제공 자료에 의존한 매출 추정 '한계' 명확
정보 공개 확대되고 있지만…여전히 투명한 공개 꺼려
2025-04-22 06:00:00 2025-04-2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5: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매출 실적이 미미한 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력만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제도다. 기술 기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상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낙관적인 실적 전망이 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장 이후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개별 기업의 특수성과 산업 구조적 변수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상장이 추진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IB토마토>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상장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기술특례상장사들이 상장 당시 제시했던 장밋빛 실적 전망과 달리 지난해 대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선 상장 후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상장 주관사의 실적 예측은 기업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한다. 아울러 일회성 비용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사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적 전망의 신뢰도는 기업의 투명한 정보 제공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실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영정보는 여전히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HVM)
 
추정 손익계산서 빗나가…투자자 신뢰 하락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브이엠(295310)(HVM)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451억원,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추정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HVM은 지난해 매출 575억원, 영업이익 8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지난해 실적은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지난해 HVM이 예상과 달리 적자를 낸 원인으로는 일회성 비용이 꼽힌다.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비용과 재고충당금이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상장 당시 HVM의 투자 설명서를 살펴보면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비용과 재고 자산 증가에 대한 위험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다만, 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해서는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예고된 반면 재고 충당금에 관해서는 재고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설명만 있었다.
 
지난해 상장한 또 다른 기술특례기업인 케이엔알시스템(199430)은 관대한 매출 전망치로 인해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제 매출을 거뒀다. 회사의 투자 설명서에 따른 케이엔알시스템이 추정한 지난해 매출은 335억원이지만, 지난해 실제 매출은 185억원에 불과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과거 매년 실적 변동폭이 컸다. 그러나 주관사는 상장 이후에는 매년 꾸준한 우상향 매출 성장이 전망됐다. 수주 산업의 특성상 수주 확정 시기 및 매출 인식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005940)은 올해 케이엔알시스템의 매출을 482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실적에 투자자는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3월21일 이후 HVM의 주가는 2주간 10%가량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상장 첫 해 적자가 발생한 상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케이엔알시스템의 주가도 상장일(지난해 3월8일) 당시 주당 3만8300원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4월16일 7390원으로 주저앉았다.
 
 
기업 제공 자료에 의존…실적 예측의 한계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공통으로 추정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해 미래 실적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 추진 기업이 실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외부인으로서 이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장 추진 회사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 실적을 추정하다 보니 추정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게다가 기술특례기업은 그동안 쌓아온 실적 기록이 적은 경우가 많아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미래 매출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유 기술이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을 측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일회성 비용을 매출 전망에 미리 반영할 수 없는 점도 한계다. 현행 회계원칙상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회성 비용은 기업의 경영상 결정에 속하기 때문에 상장 후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어 실제 실적이 줄어도 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비용이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충당금 등 과거 기업의 경영 상황이 반영된 변수는 사전에 이미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HVM은 투자 설명서에서 2021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재고자산회전율이 업종 평균보다 낮았고, 출고 지연 등에 따라 2022년 대비 2023년 재고자산 금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장 이전부터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부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설명서에서는 이에 따른 위험성만 알렸을 뿐 재고충당금 설정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요소를 스스로 추론해야 하는 것이다. 회계원칙상 실적 전망에 일회성 비용을 사전 적용할 수 없지만,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제공된다면 실적 감소의 원인을 사전에 파악해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시장성 의견서, 다양한 매출 전망 시나리오와 그 근거가 공개되지만, 지난해 기술특례기업이 대거 전망에 못 미친 실적을 달성해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 실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사가 대거 예측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최근 투자자 신뢰도가 저하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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