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한·미 2+2 통상협의'의 막이 올랐습니다. 국정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은 양국의 운명을 좌우할 변곡점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번 관세 협상의 최대 리스크가 '국내 정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협상단조차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행보를 위한 '업적 쌓기용' 협상을 강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공직자 사퇴 시한을 2주가량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에 '저자세'로 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정치권·전문가 "속도조절" 한목소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한·미 2+2 통상협의 참석을 위한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을 새롭게 다지는 논의의 물꼬를 트고 돌아오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24일 오전 8시(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워싱턴 D.C.에서 통상협의를 진행합니다.
이번 협의의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세를 비롯한 통상 문제부터 비관세 장벽과 조선·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방면의 협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미·일 관세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등장했던 점을 고려, 돌발 변수에 대해서도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협상에 있어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속도 조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의 여파로 미국 내 경제는 물론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점과 미·중 관세 전쟁의 장기화, 국내 정치 일정 등을 모두 고려한 판단입니다. 우리 정부도 2+2 통상 '협상'이라는 용어 대신 '협의'로 격을 낮추는 등 순차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협상단 역시 공통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며 "최종적인 결정은 새 정부에서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안 장관도 지난 20일 <KBS>에 출연해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양국이 상호 호혜적으로 협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관세 협상에 대한 정부의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의원 19명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한덕수 출마용 졸속 관세 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관세 협상 '불가'를 촉구했습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나라를 망친 가장 큰 책임은 한 권한대행에게 있는데 한 대행이 앞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가늠할 관세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2년 반 동안 나라를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앞으로 대한민국 백 년을 망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 '속도전'…한덕수엔 '대선 초석'
변수는 한 권한대행과 정부 내 일반적 시각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산업부 내에서도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속도전'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압박이 거센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한 권한대행은 이미 대미 '저자세' 외교의 운을 띄웠습니다. 그는 지난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대응하 않고 윈윈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며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또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한·미 협상에 있어 '월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한 권한대행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한 권한대행과 관세 협상단의 얘기가 서로 다르다는 건 국정운영 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외교 영역의 속도 조절이 필요함에도 한 권한대행이 서두르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이 아닌 정치인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총리직을 내려놔야 합니다. 6월 3일 대선을 앞둔 공직자 사퇴시한은 5월 4일입니다. 2주도 채 남지않은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한 권한대행은 '업적 쌓기'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때문에 이번 2+2 한·미 통상협의에서의 속도전이 한 권한대행에게는 대선 출마의 초석인 셈입니다. 결국 대선을 바라보는 한 권한대행의 사적 이익에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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