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화, '폴 바셋' 품나?…매일홀딩스, 매각 가능성 '물음표'
그룹 내 매출·당기순이익 매일유업 다음으로 높아
건기식 시장 과열되며 외식사업서 중요성 확대
밀도 인수로 베이커리 부문 경쟁력 강화 집중
2025-05-07 06:00:00 2025-05-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11: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홍준표 기자]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452260)매일홀딩스(005990)의 자회사인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폴 바셋'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는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엠즈씨드의 실적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매일홀딩스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져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또 다른 자회사를 통해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를 인수하며 폴 바셋과의 사업 시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매각보다는 자체 성장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밀도 광화문점(사진=폴바셋)
 
매일유업 이어 외식사업 매출·순이익 기여 높아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폴바셋을 운영하는 엠즈씨드는 매출액 20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매일홀딩스의 연결 매출 2조1902억원 중에서 약 9.41%에 이르는 수준이다.
 
앞서 매일유업은 지난 2009년 신세계 강남점에 1호점을 열면서 폴바셋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6월에는 매일유업에서 분사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4년 23개이던 매장수는 지난해 말 146개로 6배 이상 늘었다.
 
매출 규모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14년 285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2060억원까지 늘었다. 1.97%에 불과하던 매출 기여도 역시 지난해에는 1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매일유업(1조7346억원)의 매출 기여도인 79.20% 다음으로 가장 높은 매출 기여도다. 
 
매일홀딩스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도 적지 않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일홀딩스 종속회사 12개 중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매일유업(267980)과 엠즈베이커스, 엠즈푸드시스템, 엠즈씨드, 상하농원개발 5개가 유일했다. 이 가운데 엠즈씨드의 당기순이익은 59억원으로 매일유업(576억원) 다음으로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엠즈푸드시스템과 엠즈베이커스가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등에 식자재 물류 유통과 디저트류 등을 납품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내 엠즈씨드 영향력은 실질적으로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엠즈푸드시스템은 카페와 베이커리, QSR 매장에 필요한 모든 식자재물류 유통을, 엠즈베이커스는 편의점을 비롯해 폴바셋 매장내 제과제빵류 등을 납품하고 있는 매일홀딩스의 종속회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홀딩스에서 엠즈씨드를 제외할 경우 외형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엠즈씨드가 매일홀딩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547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9%에 이른다.
 
이와 관련, 매일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엠즈씨드는 밀도 인수와 광화문점 리뉴얼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폴바셋 매각 관련해서는 검토한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장동력 확보 위해 외식사업 경쟁력 강화 집중
 
여기에 지난해 매일홀딩스 자회사인 엠즈베이커스가 프리미엄 식빵 브랜드 '밀도'를 인수한 것도 폴 바셋 매각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4월 자회사 엠즈베이커스를 통해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를 인수했다. 고급 베이커리를 폴 바셋을 비롯한 계열 매장에 입점시켜 사업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매일유업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분유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외식사업과 건강기능식품 '셀렉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셀렉스를 운영하는 매일헬스뉴트리션은 지난 2021년 설립된 이후 실적이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지난해까지 결손금 175억원이 누적됐다. 지난해에는 자본총계가 39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자본금 50억원 보다 낮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나타냈다. 지난해 매일헬스뉴트리션의 매출액은 823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년도(1062억원) 대비 22.50% 감소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에 매일홀딩스가 밀도 인수를 통해 최근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폴 바셋과 사업 시너지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엠즈베이커스는 지난 2021년 디저트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로, 매일유업이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월1일 157억원을 지급하고 더베이커스로부터 밀도를 양수받았다. 이는 지난 2023년 말 엠즈베이커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78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 단기금융상품은 195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94억원으로 나타났다.
 
향후에도 매일유업은 밀도와 협업을 강화해 폴바셋의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으로, 이를 위한 신메뉴 출시와 고객 유입 확대와 매장별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인수설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최근 한화갤러리아가 식음료(F&B)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식자재·급식업체 아워홈 인수 참여에 이어 5월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은 F&B 사업 확장을 통해 기존 핵심 사업인 갤러리아백화점 부진을 딛고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7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도 2021년 8.1%에서 2022년 7.8%, 2023년 6.8%, 지난해 6.5%로 4년 연속 하락세다.
  
F&B 업계에서는 런던베이글뮤지엄(LBM)과 타르틴베이커리 등이 지난해부터 투자유치 또는 매각을 모색 중이지만 대형 고급 커피 브랜드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주 멜버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스몰배치’, 커피계의 명품인 ‘바샤 커피’, 글로벌 커피 브랜드 ‘퍼센트 아라비카’,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 등은 최근 한국에 입점을 시작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갤러리아가 폴바셋의 인수를 타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빠르게 성장 중인 폴 바셋의 현재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한화갤러리아가 아직까지 금액이 크지 않은 고급 커피 브랜드를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폴바셋의 기업가치는 엠즈씨드의 영업이익률(3.5%)과 스타벅스(4.8%)를 참고해 연간 EBITDA 약 100억원, 기업가치 1000억원대 초중반으로 추된다.
  
통상 F&B 기업 밸류 산정에선 연간 EBITDA 대비 적게는 8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적용된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경우 2023년 기준 EBITDA 배수 15배를 적용받아 기업가치가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된 바 있으며, 졸리비 그룹이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를 4700억원에 인수할 당시엔 약 8배의 멀티플이 적용된 바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폴 바셋 인수를 검토했다면 인지도를 갖춘 고급 커피 브랜드를 1000억원대에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박예진 기자·홍준표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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