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7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글로벌 보험사 겸 자산운용사인 알리안츠가 3D 검사장비 전문기업
고영(098460)테크놀러지에 대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섰다. 초기 투자 당시 높은 주가에 지분을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에 걸쳐 고영테크놀러지 주식 171만1366주(2.50%)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은 471만3329주(6.87%)에서 300만1963주(4.37%)로 줄었다.
알리안츠(사진=알리안츠 홈페이지)
평균 매도가 1.5만원대…초기 매입가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알리안츠는 2020년 2월 고영 주식을 주당 5만8877원에 3만9823주, 8만787원에 63만3224주, 9만7816원에 1만1030주를 각각 매입하며 5% 이상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장내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며 한때 지분율을 10.17%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고영테크놀러지의 주가는 14만원대까지 상승한 바 있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2024년 12월에는 장중 7610원까지 추락했다. 이번 알리안츠의 평균 매도 단가는 주당 1만5248원으로, 초기 매입가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결과적으로 알리안츠는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며 엑시트를 단행한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은 고영의 기업가치 하락과도 무관치 않다. 2023년 상반기에는 AI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 기대감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17.16%까지 급감한 상태다. 전체 매출의 87%가 수출에 의존하는 고영 입장에서는 글로벌 수요 위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본업 위축에 수익성 악화…남은 지분 향방 주목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결 기준 고영테크놀러지의 매출 규모는 2021년 2473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37.8% 성장률을 보였지만 2022년 매출 성장률이 11.4%로 주춤했다. 2023년과 지난해엔 각각 –18.1%, -10.2%로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443억원에서 2023년 204억원, 지난해엔 33억원까지 감소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주력 제품인 3D 납도포 검사장비(SPI)와 자동광학검사(AOI) 매출 부진과 고정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뇌수술용 의료로봇과 3D 투명체 검사장비(DPI) 등 신사업 부문은 비교적 선전했다. 해당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뇌수술용 의료로봇 ‘지니언트 크래니얼’이 미국 FDA 인증을 획득하며 향후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아 당장 본업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알리안츠가 보유 중인 잔여 지분 4.37%의 향후 처리 방향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영의 실적 회복 여부에 따라 알리안츠가 추가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만약 잔여 지분까지 처분된다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 흐름에 다시 불이 붙으며 고영의 투자심리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영테크놀러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3D AOI/SPI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뇌수술용 의료로봇은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며, 신경외과 분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