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인간, 다른 포유류에 비해 상처 치유 속도 느려
일본 류큐대학 연구진, 인간의 상처 치유 속도 느린 원인에 대한 가설 제시
2025-05-07 09:33:24 2025-05-07 15:22:40
영장류들은 인간에 비해 상처를 치유하는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 (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상처가 난 피부가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력과 직결됩니다. 상처 치유가 빠르면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거나 감염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다른 포유류보다 상처 회복이 매우 느린 편입니다.
 
최근 일본 류큐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마츠모토-오다 아키코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과학 저널 <왕립학회 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상처 치유 속도는 침팬지, 개코원숭이, 마카크 원숭이 등 비인간 영장류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느립니다. 이 연구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얻은 피부 구조와 땀샘 발달이 치유 속도의 감소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 다른 포유류에 비해 피부 재생 속도 3배 가까이 느려
 
마츠모토-오다 연구팀은 류큐대학교 병원에서 피부 종양을 제거 받는 24명의 환자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침팬지와 같이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교토대학교 야생동물연구센터의 구마모토 보호구역에서 사육 중인 5마리의 침팬지를 관찰했습니다. 이 보호구역은 약리학 연구에 사용되었던 동물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침팬지들의 상처는 서로 간의 폭력적 다툼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실험 대상들은 모두 케냐 영장류 연구소에 사육 중인 원숭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원숭이들을 마취시키고 수술로 상처를 입힌 뒤, 회복 과정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영장류를 더 먼 관계에 있는 포유류들과 비교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쥐를 마취시키고 수술로 상처를 입혔습니다.
 
마츠모토-오다 박사는 자신의 현장 관찰을 바탕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더 느리게 치유된다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24명의 실험 대상 환자들은 하루 평균 0.25mm씩 피부를 재생했습니다. 다양한 영장류들 간에는 피부 재생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고, 하루 평균 약 0.62mm의 새로운 피부가 자랐으며, 영장류와 설치류 간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인간은 왜 다른 포유류에 비해 상처 치유가 느릴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상처를 회복합니다. 연구진은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은 침팬지처럼 빠른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즉, 느린 치유는 인간 진화의 후반부에 발생한 독특한 현상으로 본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그 원인에 대해 여러 가설을 제시합니다. 그중 하나는 피부의 구조적 진화입니다. 인간은 전신에 걸쳐 얇은 털과 두꺼운 표피, 그리고 높은 밀도의 땀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피부는 사막이나 초원에서 장시간 활동에 유리한 체온 조절 기능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 대가로 피부의 재생 속도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털이 있는 포유류는 땀샘이 특정 부위, 주로 발바닥에만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조상들은 땀을 생성하는 능력을 극대화했으며, 현대인은 몸 전체에 수백만개의 땀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땀샘 밀도는 침팬지보다 약 10배나 높습니다. 이는 뇌의 과열을 막고 오랜 활동을 가능하게 했지만, 모낭이 줄어들고 상처 회복에 필요한 줄기세포 수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털은 모낭에서 자라며, 모낭에는 줄기세포도 들어 있습니다. 모낭의 줄기세포는 더 많은 털을 만들지만, 필요할 때는 새로운 피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치유의 속도는 진화와 연관
 
이 연구는 피부라는 인체의 기관이 인간 진화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땀샘의 진화, 모낭 구조의 변화, 사회적 돌봄 체계의 출현 등은 인간이 어떻게 약점을 극복하고 생존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단서들입니다. 느린 상처 회복은 단순히 생물학적 ‘결함’이 아닌, 우리가 어떤 환경에 적응해왔는지를 말해주는 진화의 흔적입니다.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 피부 구조의 비교 해부학 등을 통해 인간이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과 그 진화적 기원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느린 치유, 사회적 협력으로 보완
 
느린 치유는 생존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사회적 협력과 의학적 치료를 통해 극복해 왔습니다. 인간은 느린 치유라는 생물학적 약점을 기술과 공동체를 통한 적응 전략으로 보완해온 유일한 종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영장류와 인간의 상처 치유 정도. (사진=Proceedings of The Royal Science B)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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