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0년생'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초선·경기 포천·가평)을 새 비대상대책위원장으로 '전진배치'했습니다. 젊은 피를 통한 변화와 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겁니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주요 인물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어 '겉핥기식 쇄신'이란 비판이 제기됩니다. 결국 윤석열씨를 출당시킬 가능성도 작아 보이는데요. 국민의힘이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용태 "국민 놀랄 정도 변화"…실상은 곳곳 '친윤 포진'
새롭게 내정된 김 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는 "국민이 놀랄 정도로 변화 보여 드릴 것"이라며 "국민 상식에 맞는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과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는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을 내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고심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는 15일 개최될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원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이 35세인 김 위원장을 앞세운 이유는 젊은 이미지를 내세워 당을 쇄신해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비대위회의에서 7명의 비대위원 중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는 데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인물이기도 한데요.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씨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도 참여하는 등 당 주류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김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내에선 김 위원장이 쇄신파·소신파로 불리는 만큼 대선 기간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겁니다.
하지만 친윤계 인사들은 여전히 국민의힘 주요 당직을 꿰차고 있어 실제 쇄신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만 후보 교체 강행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김 후보의 후보직 박탈을 주도했던 권 원내대표는 유임됐는데요.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 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당의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에는 이양수 전 사무총장을 경질시키고 박대출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박 의원은 윤씨 탄핵정국에서 탄핵 반대를 위한 헌법재판소 1인 시위와 공수처의 윤씨 구속 집행 반대 등에 적극 참석하는 등 행보를 보여온 친윤계 의원으로 분류됩니다.
마찬가지로 선거대책본부의 주요 인선에도 친윤계가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총괄부본부장은 정희용·상황실장은 장동혁·상황실메시지단장은 조지연·대변인단 단장은 신동욱·원내대책본부장은 박형수·조직총괄본부장은 박덕흠·홍보본부장은 강승규·여성본부장은 이인선 의원 등이 임명됐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및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 김 후보,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뉴시스)
당 일각선 "쇄신 의문…물리적 출당" 주장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선대위 인선에) 안타까움이 든다. 항상 그래 왔듯이 지도부가 모든 책임을 졌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참담하다. 진작에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윤씨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와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불법계엄한 윤석열 부부를 위해 대리전을 해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내 최다선이 6선의 조경태 의원도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을 출당 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쇄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김 후보가 대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 즉, 물리적인 출당 조치가 선행돼야 선거에서 그나마 이길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의 책임론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그는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대위원들도 사퇴해야 한다"며 "이번에 정당 민주주의가 깨지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윤씨의 출당 조치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조용술 김문수 캠프 대변인은 이날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 출당을)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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