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 후순위채 조기 상환(콜옵션) 지연 사태를 계기로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해지율 산정 방식인 '예외모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롯데손보가 타사처럼 원칙 모형을 적용한다면 수백억 적자로 돌아서는 만큼 흑자 유지를 위해 예외모형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해지율 산정 방식을 원칙 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보험사는 롯데손보가 유일합니다.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예외모형을 적용할 경우 실적이나 지급여력비율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나타납니다. 고객에게 미래에 지급할 금액을 낮게 산정할 수 있어 보험사의 재무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해지율 산정과 관련해 보험사에 원칙 모형 적용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예외모형을 택한 보험사에 대해 대주주 면담을 실시하고, 올해 정기검사에서 우선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는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선택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며 "현재 롯데손보가 예외모형을 쓰는 것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외부 감사까지 마쳐 타당성이 검증됐다"며 "추후 타당성 입증이 필요한 경우 지속적으로 검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롯데손보는 예외모형 적용 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42억2100만원으로 나타나지만, 원칙 모형 적용 시에는 당기순손실 328억9200만원을 기록하게 됩니다. 가이드라인 하나에 순익이 570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지급여력비율 역시 예외모형 적용 시 154.6%로 나타나지만 원칙 모형 적용 시 127.4%로 27.2%p 감소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 보험사에서 두 가지 실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수치 간 격차가 크다 보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곳은 롯데손보 한 곳뿐이라 원칙 모형을 따르는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한 투자자는 "다른 보험사와 기준이 달라서 어떤 지표를 보고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번 콜옵션 지연 사태 역시 롯데손보가 예외모형을 적용한 데 따른 후폭풍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킥스 비율이 150%를 밑돌더라도 후순위채 상환 전까지 유상증자나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상환 예정액 이상을 조달하면 콜옵션을 할 수 있습니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차환을 목적으로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금감원 제동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습니다. 예외모형을 단독 적용한 만큼 금융당국 압박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예외모형 적용을 허용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 모형 두 개를 제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면서 "당국은 원칙 모형만 쓰게 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롯데손보가 예외모형을 사용하면서 당국 모니터링이 더 세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외모형을 사용하면 흑자가 나고, 원칙 모형을 사용하면 적자가 나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당국이 원칙 모형을 밀고 나갈 거였으면 예외모형을 뒀으면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애초에 예외 모형을 사용하게 뒀으면 안 됐다고 지적한다. 예외 모형을 쓰는 롯데손보와 원칙 모형을 사용하는 다른 보험사 간 비교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에 위치한 롯데손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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