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습니다.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에 따라 수출은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내수 부진 장기화가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수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소매판매가 1분기 전국 보합세로 그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3일 통계청의 '2025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분기 대비 0.0%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수 부진, 전국 소매판매 '0.0%'
13일 통계청의 '2025년 1분기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분기 대비 0.0%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온 것과 비교하면 보합세가 고무적이나 여전히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감소세가 멈춘 배경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또 대부분 지역이 감소하는 등 -1.6%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 지표에 따른 기저 효과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국 소매판매 현황을 보면, 승용차·연료소매점, 전문소매점 등의 판매가 늘어난 반면 면세점, 슈퍼마켓·잡화점 등의 판매가 줄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승용차·연료소매점, 슈퍼마켓·잡화점·편의점 등의 판매가 늘면서 부산(4.7%), 경남(4.6%), 울산(3.8%)이 증가했습니다. 면세점, 승용차·연료소매점 등의 판매가 줄면서 제주(-7.0%), 대전(-2.9%), 서울(-2.1%)은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건설 수주의 경우 기계설치, 발전·송전 등의 수주가 줄면서 전년보다 7.7%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주택, 사무실·점포, 발전·송전 등의 수주가 줄어든 광주(-88.9%), 경남(-69.3%), 전남(-63.9%)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서비스업 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도 세종과 서울, 인천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감소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 감소 폭이 큰 곳은 대구, 경남, 경북으로 2.9%, 2.9%, 2.8%씩 줄었습니다.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분기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분기 시도·산업별 광공업생산지수(원지수, 2020=100)인 110.6보다 낮은 109.5에 머물러 있는 데다, 생산품에 따라 지역별 희비가 커 긍정적 지표로 보기 어렵습니다.
전기·가스업, 식료품, 기타기계장비 등의 생산이 줄면서 강원(-12.2%), 세종(-6.6%), 대구(-5.2%) 등의 지역에서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반도체·전자부품, 전기장비, 금속가공제품 등의 생산이 늘어난 경기(8.8%), 광주(6.0%), 대전(5.7%)은 증가했습니다.
1분기 소비자물가는 17개 시도 모두 올랐습니다. 세종(2.6%), 강원(2.3%), 전북(2.3%)은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등이 올라 전국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제주(1.6%), 울산(1.9%), 대전(2.0%)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고용률은 충남, 강원, 충북 등 11개 시도에서 상승했으며 실업률은 서울, 세종, 전북 등 6개 시도에서 올랐습니다.
시도별 인구 순이동은 인천(1만1091명), 서울(6129명), 경기(5588명) 등 7개 시도에서 순유입됐습니다. 광주(-4945명), 경남(-4729명), 경북(-3524명) 등 10개 지역은 순유출됐습니다.
경기부진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면서 새출발기금 신청자도 급증세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와 신청 채무액은 각각 12만5738명, 20조31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3월31일 서울시내 한 식당가 음식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파장…수출 앞날 '깜깜'
전국 수출은 기타 석유제품과 일반기계류, 경유 등의 수출이 줄면서 2.1% 감소했습니다. 기타 일반기계류, 메모리 반도체 등의 수출이 늘어난 제주(45.3%)와 충북(9.0%), 대전(8.9%)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경유, 기타 유기·무기화합물 등의 수출 감소로 전남(-19.3%), 대구(-16.6%), 세종(-11.0%)의 감소세가 눈에 띕니다.
문제는 앞날입니다. 무역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여파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둔화를 맞고 있는 데다, 지난달부터 조치하고 있는 미국발 관세 영향은 1분기 이후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품목별 25% 관세 조치는 지난 3월12일 철강제품을 시작해 이달 초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한 상황입니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된 만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이 최대 수출국인 K-의약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진혁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관세 인상 전인 1~3월 가계의 선구매 증가, 기업들의 재고 확보 등 1분기 미국을 중심으로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물류 정체가 시현됐다"며 "2분기 중 미국의 수입물량 감소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 소지가 큰 데다, 국별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상존 등으로 단기 내 운송 수요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3분기 만에 또 뒷걸음친 상황입니다.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당초 한국은행이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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