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내 쇄빙선 아라온호의 연구진이 남극 중앙해령 수심 2000m 지점의 열수분출구를 탐사하면서 중형 플랑크톤인 초대형 화살벌레(모악동물, Chaetognatha)를 채집했습니다. 화살벌레는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나 10cm는 이례적인 크기입니다.
특히 총 무게 350kg에 달하는 열수광석도 채집하면서 생물 진화의 실마리와 광물자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될 전망입니다.
극지연구소는 20일 "박숭현 박사 연구팀이 지난 2월 아라온호로 남극 중앙해령 수심 2000m 지점 열수분출구를 탐사하면서 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심해용 채집 장비를 활용해 10cm 길이의 화살벌레를 잡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심해에서 초대형 화살벌레와 열수광석을 채집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극지연구소)
초대형 화살벌레 실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화살벌레는 평균 길이 0.5~3cm의 중형 플랑크톤으로 어느 바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지만 10cm는 이례적이라는 게 극지연구소 측의 설명입니다.
화살벌레는 유전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입니다. 이 종의 유전체는 약 10억개의 염기쌍으로 어류와 비슷한 수준이나 몸집이 작아 유전체 분석에 필요한 DNA를 충분히 얻기 어려웠습니다.
극지연구소 측은 "남극 심해에서 큰 개체가 잡히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발견은 남극 심해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 발굴과 지구 생태계 진화 이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그린란드에서 30cm 크기의 원시 화살벌레 화석을 발견하고 이 종이 초기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화살벌레가 왜 크기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연구팀은 총 무게 350kg에 달하는 열수광석 102점도 채집했습니다. 중앙해령에 침투한 바닷물은 마그마의 영향으로 뜨거운 물, 열수가 됩니다. 이 열수가 주변 금속을 녹여낸 다음 해령 밖으로 분출돼 차갑게 식으면 열수광석이 됩니다.
채집한 열수광석은 황동석, 섬아연석 등으로 보이며 구리, 아연 등 유용 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생물 진화의 실마리와 광물자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극 중앙해령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미지의 남극 바다에서 얻은 선물이 해양 생태계와 무척추동물의 진화, 생리 연구에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심해에서 초대형 화살벌레와 열수광석을 채집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극지연구소)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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