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목표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거나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캐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기차를 계속 생산하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차 및 내연기관차에 투자 비중을 늘리며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은 전기차 연간 40만대 생산 목표를 포기하고 생산 일정을 미루는 등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은 GM 미국 본사 로고.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연간 40만대 생산목표를 포기하고 생산 일정을 미루는 등 계획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한때 전기차 전환에 주력한 GM이 이제는 직원들을 동원해 해당 환경 규제 폐지를 위한 정치권 로비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GM이 최근 사무직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방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 폐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 달라고 권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를 보면, GM은 이메일에서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배출가스 기준은 소비자 선택권과 차량 구매력을 약화해 우리 사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신차 판매량 중 무공해 차량 비율을 2026년 35%, 2030년 68%로 늘린 뒤 2035년에는 이 비율을 100%로 높이는 규제를 법제화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국 내 11개 주가 캘리포니아주의 정책에 뒤따라 2035년까지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무공해차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규제를 발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GM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거나,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얼리어답터 중심의 급성장 시기를 지나던 전기차 시장이 수요 확대 직전 케즘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토요타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계획을 150만대에서 100만대로 축소했고, 폭스바겐도 2024년 70만대에서 올해 65만대로 줄였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 94만대에서 84만1000대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벤츠는 전기차 중심 전략을 수정하며,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팔기로 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 감소는 전세계적 현상입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지난해 11월에 낸 ‘배터리 전기차 수요 둔화 속 완성차 기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주요국의 인플레이션과 보조금 축소 및 폐지, 인프라 부족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했다”며 지난 2021년 115.3%까지 높아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2022년 62.6%, 2023년 26.6%로 하향세를 나타냈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은 전기차 캐즘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전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HEV) 병행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과도기적 차량입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둔화에 봉착한 업계의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모두 한목소리로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는 전기차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중간 공백기를 잘 넘겨야 하는데, 대체 방법은 하이브리드차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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