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홈플러스 폐점 현실화?…직원들 걱정 '한가득'
잠실 홈플러스, 폐점 위기 속 직원들의 불안한 일상
“손님 없는 가전, 화장품 코너”…코너 매장도 위기 감지
2025-05-21 16:42:00 2025-05-21 16:42:58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홈플러스. 대형 상권이 얽힌 이곳은 평일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정문은 평소처럼 활짝 열려 있었고, 카트를 밀고 들어오는 고객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매장 안 공기는 다소 달랐는데요. 말없이 정리 중인 직원들, 텅 빈 고객상담대, 매대는 정돈돼 있었고 물건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이 곳은 평소보다 ‘조용’했습니다.
 
이면에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현실이 깔려 있었습니다. 최근 본사는 임대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일부 점포에 대해 계약 해지 통보를 하였고, 이에 따라 잠실점도 그 불확실한 미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폐점될까, 말까"… 무거운 분위기 속 불안한 일상
 
가전 코너에서 일하는 김 모 씨(가명)는 "겉으론 평소와 다를 게 없지만, 속은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 폐점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매장 내 분위기는 시간이 멈춘 듯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직원들 역시 매대 정리와 청소에 몰두했지만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매장 내에는 홈플러스와 직접 고용 관계를 맺지 않은 입점업체 점주들도 많습니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직원들은 고용 승계가 가능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보장도 없어요. 매출은 줄어들고, 폐점 우려 속에서 언제든지 자리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손님은 줄고, 그나마 매대에는 제품들이 꽉 차 있지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요. 언제든지 문을 닫을까 봐 불안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장을 돌아보면, 비식품 코너는 곳곳이 한산했습니다. 가전 매장은 물론, 화장품 코너와 영양제 코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장품 코너에서 일하는 이 모 씨는 "최근 기업회생 이야기가 나오면서 고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특히 가전과 화장품 코너는 고객이 거의 없어요. 고객들이 ‘여기 문 닫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자주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영양제를 파는 코너에서도 고객은 보이지 않았고, 1층에 있던 꽃가게와 음식점 역시 완전히 손님을 끊긴 상태였습니다. 3개월 전까지 1층에 있던 의류 매장도 정리된 모습인데요. 그나마 식품 코너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다른 코너는 그 흔한 대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죠.
 
‘오늘도 무사히’… 직원들의 불안한 하루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지 약 80일이 지났지만, 매장의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감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기업회생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직원들과 입점업체들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서 걱정하고 있죠. 직원들의 대다수는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정 모 씨(가명)는 "계약 연장 얘기가 나와야 할 시기인데, 아무 말이 없어요. 괜히 먼저 묻기도 조심스럽고, 그냥 묵묵히 일만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인 최 모 씨(가명, 28세)는 "우리 점포는 매출이 괜찮다고 들었지만, 요즘은 뭐가 기준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늘 하던 대로 일하고, 괜찮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홈플러스는 자체 직원들 외에도 다양한 입점업체들과 함께 운영되는 대형 매장입니다. 이들 입점업체 점주들은 직원들과는 다른 걱정을 안고 있습니다.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는 유 모 씨(가명)는 "우리는 홈플러스와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 승계나 해고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어요. 지금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언제 계약 해지될지 모릅니다"라며 불안한 속내를 내비쳤는데요.
 
홈플러스 본사는 최근 17개 점포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입점업체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폐점 우려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박 모 씨(가명)는 "문을 닫게 될까 봐 매일 걱정이에요. 고객이 점점 줄어들고,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MBK파트너스에 비판의 목소리 높여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17개 점포와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리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홈플러스 노조 측은 "수천 명의 노동자와 입점업체 점주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조 측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점차적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죠.
 
한 노조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직원들에 대한 고용 안정성은 사실상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본사는 이제 더 이상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는 다음 달 12일 법원에 기업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계획안이 나오면 상황이 나아질까"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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