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주한미군 4500명 감축, 한·미 간 논의 전혀 없어"
WSJ 보도 부인에도 주한미군 역할 변경·방위비 분담금 연계 새 정부 안보 현안 부상
2025-05-23 10:59:27 2025-05-23 14:33:21
지난 3월 실시된 한·미 연합 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 쉴드)'에 참가한 한·미 특수부대 장병들이 백령도에서 야외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국방부가 23일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한·미 간 논의는 전혀 없다"며 미국 국방당국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매체 보도를 강력 부인했습니다. 미국 내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 문제와 엮여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의 중요한 안보 이슈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대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 제안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으며,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WSJ>은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계속 지원할지가 더 명확해지기 전까지 주한미군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할 경우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핵심 전력으로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국 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관련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미국 측이 논의를 요구해 올 경우 협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방수권법으로 주한미군 2만 8500명 규정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 수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병력을 감축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국 의회가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인 만큼 법 개정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상 주한미군 역할 변경과 맞물려 주한미군 병력 수 조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현재 미국 국방부가 수립하는 국방전략(NDS)과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NDS 수립을 지시하며 미국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새무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군 지휘관들이 주한미군 감축에 부정적이어서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쉽게 관철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파파로 사령관과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미국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대북 억제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할 역량이 약화한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금 인상 지렛대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미는 이미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당국자들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꺼내 든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정책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미국의 의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선은 차분하게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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