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한·일 수출경쟁주, 누가누가 잘하나
미 관세·환율 압박 처지 비슷
반도체, 일본 장비주 주목
차 미국 현지생산, 도요타>현대·기아
한국 조선 1등에도 일본 주가 매력적
2025-05-24 06:00:00 2025-05-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에 우리 기업들은 물론 일본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보다 낮지만, 고율의 관세나 통화가치 절상 요구 등 미국 정부로부터 느끼는 압력은 별반 다르지 않아 개별 수출기업들의 입장은 비슷합니다. 투자자들도 관세 정책이 가져올 변화를 주시하면서 투자 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 경합 업종 중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높고 주가도 저렴하다면 그 대상이 꼭 국내 기업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환율 하락 압박…한일 수출기업 긴장
 
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375.6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연휴 끝인 지난 7일 1400원이 한번 깨진 뒤로 등락을 반복하던 환율이 19일부터 약세로 방향을 잡고 내려온 모습입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도 환율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습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내린 결정적 원인이 미국의 국가부채 증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달 4% 밑으로 떨어졌던 미 국채금리(10년물)가 다시 4.5% 위로 올라서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했고, 이것이 달러의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원달러환율 하락세를 굳힌 모양새입니다. 
 
환율 하락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치솟은 뒤에도 수출기업들은 환율 덕분에 얻은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을 키웠는데 이젠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경쟁 중인 다른 나라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와 수출 경합 업종이 많은 일본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중국처럼 정부나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개입할 수도 없어 환율이 중요한데 엔달러환율 역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원화보다는 하락세가 크지 않아 아직은 달러당 142~1430엔 부근에서 버티는 중입니다. 일본은 과거 미국과 엔화를 인위적으로 절상하는 플라자합의를 체결했다가 고공성장이 꺾이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한국과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 25%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반도체·차·조선 등 수출 경합
 
그럼에도 일본엔 우리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 우위의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어 최근의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가 불러올 파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 증시엔 수출 경쟁력은 물론 주가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일 기업간 상대적 우위와 열위가 뚜렷하게 나뉜다면 국내 주식 대신 일본 주식을 택해 투자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수출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주요 업종은 반도체, 전자, 자동차, 기계, 조선, 철강, 화학 등 다양합니다. 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경쟁 중이며 최근엔 K-컬쳐 효과에 힘입어 동남아 시장에서도 식품, 화장품 등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맞수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에선 키옥시아, 르네사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타는 처지는 똑같아서 요즘은 어느 쪽도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주식이라면 일본 반도체주 중에선 이들보다 도쿄일렉트론, 어드밴테스트 등 장비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쿄일렉트론은 전 세계 1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합병할 뻔했던 3위 장비업체입니다. 국내에는 없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고전 중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실적과 성장성이 모두 돋보이는 기업입니다. 
 
어드밴테스트는 반도체 검사장비입니다. 업황 부진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입니다. 
 
관세, 수출점유율에 변화 예상돼
 
자동차에선 도요타가 현대차·기아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도요타그룹이 지난해 1082만대를 팔아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그룹은 723만대 판매로 3위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요타 실적이 증가했고 현대차는 감소한 것이 아닙니다. 둘 다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밸류에이션 매력은 현대차가 높습니다. 배당도 현대차가 더 많이 합니다. 
 
단, 지난해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 대비 현지 생산 비중이 54%, 현대차는 42%였다는 사실이 올해부터 실적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자동차 수입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이 큰 변수가 됐습니다. 도요타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2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한 70만대를 12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조선은 일본이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한국 조선은 중국과 경쟁 중인데요. 하지만 과거 일본이 조선 1인자였다는 이력과 미국의 중요한 우방이란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MRO) 시장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주가가 쌉니다. 국내 조선주들은 지난해 대규모 수주 소식에 주가가 급등해 주가수익비율(PER) 수십배로 평가받고 있지만 미쓰이E&S홀딩스 등은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아직 10배 미만입니다. 
 
한일 철강 강자들의 경쟁은 부진한 업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주춤한 상황이지만 성격은 조금 다릅니다. POSCO는 2차전지의 부진에 영향을 받고 있고 신일본제철은 US스틸과의 합병이 무산된 데 따른 영향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불허했던 US스틸과의 합병이 트럼프 정부에서 변화될 조짐입니다. 합병에 성공한다면 POSCO보다는 신일본제철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밖에도 기계업종에서도 치열한 경쟁 중인데요. 이 분야에서는 일본의 기술집약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 등 산업용 기계 1인자인 화낙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있다는 것은 큰 강점입니다. 화낙 주가는 4년 넘게 박스권을 오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금리가 오를 경우 원엔환율은 다시 1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경우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엔고는 일본 수출기업들에 부담이어서 엔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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