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한파에 벼랑 끝…커피숍·편의점도 줄었다
커피전문점 743곳 줄며 첫 감소…외식·소매업 전반 ‘후퇴 국면’
편의점·치킨집도 줄줄이 폐업…생계형 창업, 생존도 불투명
2025-05-26 15:18:26 2025-05-26 17:03:0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민 생활과 밀접한 골목상권부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오랫동안 창업 인기 업종으로 자리 잡았던 카페, 음식점, 편의점 등 자영업 매장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커피전문점 수가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자영업 시장 전반에 구조적인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 수는 총 9만5337개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9만6080개보다 743개 줄어든 수치입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커피전문점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코로나19 시기에도 감소 없이 상승세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감소는 매우 이례적인 변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연도별 변화 추이를 좀 더 살펴보면 그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2018년 1분기 커피음료점 수는 4만5203개였으며, 이듬해인 2019년에는 5만3102개로 무려 8000곳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어 2020년에는 6만2916개, 2021년에는 7만2847개로 증가하며 7만 개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8만5609개, 2023년에는 9만3913개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처럼 매년 만 단위의 증가를 기록해온 업종이 올해 처음으로 후퇴한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점포 수 감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은 자영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낮고 소비층이 넓다는 점에서 창업 수요가 꾸준했던 업종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절약 심리와 브랜드 간 경쟁 과열,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진 상황입니다. 포화된 시장에 경기 악화가 덮치면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으로  고수익 기대하기 어려워져 
 
관련된 흐름은 외식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창업 분야로 꼽히는 치킨·피자 등의 패스트푸드 업종은 올해 1분기 기준 4만7803개로, 전년 동기 대비 18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죠. 치킨집은 오랜 기간 은퇴 후 창업 1순위로 자리 잡아왔으나, 원자재비 상승과 배달 수수료 부담,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신규 진입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통 외식업인 한식당과 중식당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식당은 1분기 기준 전년보다 484개 줄었고, 중식당 역시 286개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외식 횟수가 줄고, 식비를 절감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됩니다.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간편식·배달음식 선호가 증가하면서, 정통 식당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류 업종의 침체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호프주점은 올해 1분기 기준 2만2493개로 집계되어, 전년 동기보다 무려 1802개나 급감했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회식 문화가 급격히 줄고, 주 52시간제 시행 및 ‘혼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주점 업종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이미지= 뉴스토마토)
 
소비 위축은 외식업뿐만 아니라 소매업에도 강한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의류 소매점은 올해 1분기 기준 8만2685개로, 전년 동기 대비 2982개가 줄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생활화되고, 대형 브랜드나 쇼핑 플랫폼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동네 옷가게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계절별 재고 부담, 임대료 상승 등이 맞물리며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죠.
 
화장품 매장도 예외는 아닌데요. 지난해 1분기 기준 3만8726개였던 화장품 판매점은 올해 1분기 3만 7222개로 감소하였습니다. 1504개가 줄어든 셈이죠. 팬데믹 이후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고물가와 경기 불안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외모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편의점 역시 감소세로 돌아서며 ‘전천후 업종’이라는 기존 인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5만3101개로 나타났으며, 이는 작년 동기보다 455개 줄어든 수치입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전기요금 부담, 본사와의 수익 배분 구조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죠. 거기에 신규 창업 또한 둔화되고 있어 회복 가능성은 당분간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퇴 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진입한 고령층과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자영업 진입을 유도하기보다, 업종별 생존 가능성과 지역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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