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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선재 제조사
영흥(012160)이 자회사
대호특수강(021040)에 제공한 지급 보증 규모가 보유 현금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보증은 일반적으로 우발부채로 분류돼 현실화 가능성이 낮지만 대호특수강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대호특수강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재무구조도 급격히 나빠지며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급 보증이 실제 부채로 전환될 위험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흥은 이에 대비해 내년 2월까지 창원 공장 매각을 마무리하고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에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매각 대상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자산 유동화만으로는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 마련 방안 역시 병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대호특수강)
자회사발 우발부채 리스크 파급력 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흥은 지난 12일 자회사 대호특수강이 조달한 사모사채 80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서줬다. 대호특수강은 지난 5월 만기였던 1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는 차입하면서 새로운 사모사채를 조달했다. 이에 영흥으로부터 받은 지급보증 규모는 지난 1분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모회사로부터 받은 지급보증은 향후 영흥에는 우발부채가 된다. 우발부채는 지급보증을 받은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을 서줬던 기업이 대신 갚아야 하는 부채다. 영흥이 대호특수강에 서준 차입금 상환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급보증에 관한 우발부채는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향후 채무를 대신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우발부채로 분류한다.
영흥의 우발부채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669억원 수준이다. 영흥의 별도기준 재무 건전성은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모든 우발부채가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다. 다만, 한계기업에 빠진 대호특수강에 대한 지급보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 기준 영흥이 대호특수강에 제공한 지급보증 잔액은 489억원으로 전체 우발부채의 30% 수준에 달한다.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수치로 해석된다.
그에 반해 영흥의 유동성은 대호특수강에 관한 우발부채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 올해 1분기 영흥의 별도기준 유동비율은 97%로 다소 빠듯한 상황이다. 유동성의 핵심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86억원으로 대호특수강에 서준 지급보증의 17.5%에 불과하다.
영흥의 대호특수강발 우발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대호특수강이 자력으로 차입금 상환을 확대해야 한다. 다만, 대호특수강의 차입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단기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대호특수강의 단기 차입금은 올해 1분기에만 60억원가량 늘었다. 향후 상환 압박도 높아질 수 있고, 이는 영흥의 리스크로 번질 우려로 이어진다.
유동성 확보해 리스크 관리
이에 영흥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내년 2월에는 창원공장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영흥은 지난 4월 창원 공장 건물 및 부지를 금아하이드파워에 34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왔고, 내년 2월 부지 등 매각 자금 276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자산 매각은 자회사에 대한 지급 보증 여력을 유지하고, 지급보증 우발부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자산매각 대금은 대호특수강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의 56%에 달해 우발부채 리스크에 일부는 대비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지급보증 규모 대비 유동성은 부족하기 때문에 창원공장의 잔여 자산 매각,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 등 추가적인 조치들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창원공장의 선재 사업 매출은 지난해 416억원으로 영흥 총매출(4803억원)의 9%에 달하지만 원가 부담에 지속적인 적자 상태다. 공장 매각을 통해 손실이 나는 사업을 정리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
한편 대호특수강 역시 자구적인 현금 창출 개선에 나섰다. 이에 한계기업 상태에 놓였던 지난해보다 이자 지급 능력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호특수강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58억원 유입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이자지급액(53억원)보다 현금창출력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선재 원가가 높은 탓에 지속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IB토마토>는 영흥에 향후 대호특수강 채무 문제 해소를 위한 추가 지원 가능성 등을 질문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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