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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5일 17: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의 저평가는 주식 시장에서 해묵은 난제다. 밸류업의 핵심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밑돈 지 이미 오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상승 흐름은 좀처럼 뚜렷해지지 않고 있다. 금리 하락이라는 거시적 변수부터 자본비율 악화, 당국 규제 강화까지 부정적인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보험업의 저평가 배경과 구조적 문제, 향후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상장 보험사 배당은 IFRS17 회계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자본비율(K-ICS) 하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하는 회계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보험주는 배당주로 인식되는 만큼 주가 부양을 위해 배당이 필수적이다. 배당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곳과 그렇지 못하는 곳 두 그룹의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선두 주주환원 리딩…배당 확대에 자사주 소각까지
삼성생명은 중장기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삼고 있다. 결산 현금배당 중심이며, 지난해에는 8081억원을 책정해 배당 성향 38.4%를 기록한 바 있다. 배당 수익률은 4.5%였고 최근 3년 기준으로는 평균 4.6%다.
배당을 시행하면 자본이 줄어드는 만큼 K-ICS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삼성생명은 1분기 비율이 177.2%이며, 연말 목표는 180% 정도다. 당기순이익 2조원 수준에서 가정할 경우 배당 성향을 5%p 올리는 데 1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며 이 경우 K-ICS 비율은 0.4%p 더 하락한다. 삼성생명은 K-ICS 내 가용자본 규모가 워낙에 커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삼성화재도 현금배당 위주로 주주환원율 50%가 목표다. 기간도 구체적으로 오는 2028년까지로 설정했다. 지난해 배당금은 8077억원이며 배당 성향은 39.0%다. 수익률은 3년 평균 기준으로 6.0%다.
삼성화재는 자기주식 소각도 추진 중이다.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할 예정이며, 지난 4월에는 5126억원 규모의 주식 소각을 완료했다. 자사주 비율은 1분기 기준 15.9%이며 4월 소각에 따라 13.1%까지 줄었을 것으로 계산된다.
손해보험 업계서는 2위인 DB손해보험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4083억원을 배당했으며 배당 성향이 22.0%로 올랐다. 중장기 목표는 35.0%로 잡았다. 자사주 소각은 확정된 바가 없으나 올 하반기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K-ICS 비율이 각각 266.6%, 204.7%로 보험업계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당 확대에 따른 K-ICS 부담은 적은 편이다.
대규모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보험사는 주가 부양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선 3개 보험사 모두 지난 2분기부터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크게 상승했다.
배당 없는 2위권 보험사…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커
배당하지 못하는 보험사 중에서도 특히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은 업계 최상위권임에도 K-ICS가 불안정하다. 올 1분기 수치가 한화생명 154.1%, 현대해상 159.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근접할 정도로 저하됐다. 대규모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면서 방어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배당으로 자본을 유출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회계적으로도 여력이 부족하다. IFRS17 체계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계속 증가한 탓인데, 이는 법정적립금으로서 배당가능이익에서 깎이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자본 내 이익잉여금 하위 항목으로 있으며, 규모는 한화생명이 3조6312억원, 현대해상이 4조1610억원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IFRS17 체계로 전환하면서 보험부채 평가를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할 당시 부채 할인에 따른 책임준비금 적립액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이다. 회계 전환 당시 1차적으로 기본적인 규모가 정해졌다. 이후 신계약 영업을 할수록 준비금 적립액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적 요인이 2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개편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80%로 낮출 수 있게 했지만, 보험사가 요건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서 유명무실하다. 현재 적용되는 있는 요건은 K-ICS 비율 190%다. 배당이 필요한 2위권 보험사가 맞추기에는 격차가 너무 큰 상태다.
K-ICS 하락 부담에 앞서 회계적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2위권 보험사 배당은 계속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K-ICS 감독 기준을 130%로 낮추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완화 요건도 K-ICS 비율 170%로 조정한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격차가 여전하다. 올해 배당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보험은 개별 종목별로 차이가 매우 큰 편이라 업종으로 일관되게 얘기하는 의미가 애매해졌다”라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 근접하고 배당까지 시행하는 상위권 세 종목과 나머지의 차이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보험사는 올해도 배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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