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서울교통공사엔 2020년 이후로 서울 지하철역사 내 오존 배출을 측정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역사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이 지하철역 미세먼지를 잡으려고 설치한 양방향 전기집진기에선 측정 한계를 넘어서는 오존이 배출되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12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뉴스토마토>에 A 지하철역의 환기구 지상 부분에서 간이 오존 측정기로 오존을 측정한 결과를 제공했습니다. 지난해 3월쯤 두 차례 측정하는 모습을 각각 영상으로 담았다는 설명입니다.
2024년 3월쯤 서울 내 한 지하철역 환기구 지상 부분에 놓인 오존 간이 측정기. 수치가 기록되지 않고 에러 메시지가 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두 차례의 측정 영상 모두 오존 수치가 지나치게 높게 올라가 측정기 화면에 에러 메시지(oL2)가 뜨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oL2는 측정기의 측정 한계치인 1ppm을 넘는 오존 농도를 측정기가 감지했을 때 화면에 뜨는 메시지로, oL은 영어 overlap(중첩되다·포개지다)의 약자입니다.
두 영상 중 한 영상에는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가 환기구 주변에서 측정기를 들고 가 환기구 위에 놓은 다음, 다시 환기구로부터 측정기를 떨어뜨려놓는 시점까지가 찍혀 있었습니다. 환기구 위에 올려진지 17초째가 되자 기존에 0ppm이었던 측정기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측정기가 환기구 위에 올려진 때로부터 35초가 되자 화면에는 0.98ppm이 찍혔습니다. 그로부터 2초 뒤에는 에러 메시지가 떴습니다. 이후 측정기가 환기구로부터 떨어지고 나서 5초 만에 화면에서 에러 메시지가 사라지고 0.97ppm이라는 숫자가 나타났습니다. 다시 0ppm으로 돌아가기까지는 34초가 더 걸렸습니다.
나머지 영상의 경우, 측정기가 환기구 위에 놓인 모습만 담겼습니다. 역시 0ppm으로부터 숫자가 올라가더니 0.91ppm을 기록한 지 1초 만에 에러 메시지가 떴습니다.
오존 경보보다 높은 단계는 '중대 경보(0.50ppm 이상)'입니다. 경보에 이어 중대 경보 기준을 뚫고 0.58ppm을 기록하는 데는 3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10초 뒤에는 0.98ppm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측정기가 기록할 수 있는 한계치였습니다. 다시 2초 뒤에는 에러 메시지가 뜨면서 측정값이 뜨지 않은 겁니다. 에러는 측정기를 떼서야 사라졌습니다.
oL은 overlap(중첩되다, 포개지다)의 약자로 기계의 한계 측정치인 1ppm을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래 77은 습도 수치이며, '03'은 채널 3번이라는 의미로 오존 수치와 온도·습도가 뜨는 채널이라는 의미입니다. 에러 메시지가 뜨기 전 최고 수치는 각각 0.98ppm, 0.91ppm입니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에서 발령하는 오존 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중대경보(0.5ppm)'의 기준치를 한참 뛰어넘는 양입니다. 간이 측정기에 에러 메시지가 뜨기 전 최고 수치인 0.98ppm은 중대경보 기준치의 거의 2배나 됩니다. 당일 실시간 대기 중 오존 농도가 0.5ppm 이상일 경우, 해당 광역단체는 중대경보를 발령합니다. 중대경보에 해당하는 오존에 노출된 사람들은 마른 기침과 가슴 통증 등 증세를 겪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측정치는 정부가 정한 일터에서의 오존 노출 기준치를 초과하는 양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오존 등 작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 인자 기준치를 고시합니다. 오존의 경우 노동자가 하루 8시간 동안 노출되는 양인 '시간 가중 평균노출 기준(Time Weighted Average, TWA)'이 0.08ppm입니다. 15분 동안 노출되는 '단시간 노출 기준(Short Term Exposure Limit, STEL)'은 0.2ppm입니다. 간이 측정기에 에러 메시지가 뜨기 전 최고 수치인 0.98ppm은 TWA의 12.25배, STEL의 4.2배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A역 지하에 위치한 사업소 직원들이 '(오존의 특성인) 비린내가 나고 두통이 생다'면서 오존 측정 요청을 했지만 낮은 수치가 나왔다"며 "그런데 환기구 쪽에 있는 상인이 비린내가 난다고 민원을 넣어서 환기구에서 잰 것이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측정기로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역사들에 미리 연락하고 터널에 가서 재면 오존 수치가 낮게 나온다"며 "역사들이 노조가 가기 3시간 전부터 양방향 집진기를 꺼놓는다. 자기들(서울교통공사)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방향 집진기는 지하철 터널 안으로 유입되는 공기와 터널로부터 바깥으로 나가는 공기 모두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20년 5호선 9곳, 6호선 10곳에 양방향 집진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5~8호선을 중심으로 설치해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양방향 집진기를 설치한 곳은 138곳에 달합니다.
도입 초기에도 오존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있었습니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속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오존 배출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전까지 양방향 집진기의 확대를 중단하라고 환경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도입 초기에 우려된 오존 배출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겁니다.
기후 관련 시민단체 기후넥서스의 이지언 대표는 "지하철 역사 같은 실내 공간은 오존 오염이 발생했을 경우에 실외보다 오존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환기구로 나오는 오존의 경우도 주변에 어린이 시설 등 취약 집단이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서울교통공사가 양방향 집진기가 배출하는 오존을 측정하고, 오존을 배출하는 오염원을 파악해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양방향 집진기를 도입할 때만 오존을 측정하고 그 이후에는 측정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양방향 집진기가 상당한 양의 오존을 배출한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라고 질의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6월 양방향 전기집진기 시범사업 측정 결과 집진기 가동에 따른 오존 농도는 0.015~0.059ppm이었다"며 "이는 산업안전보건관리법상 노출기준(일평균 0.08ppm, 단기간 0.2ppm)보다 낮게 측정된 것이다. 기준치 이하로 측정된 이후 오존 농도 추가 측정 기록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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