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밀리는 'K-수출' 벼랑 끝
예사롭지 않은 '수출 감소세'
5월 초순 수출 급감…대미↓
반도체 제외, 나머지 모두 줄어
밀어내기 중국, 위안화 절하까지
가격경쟁력 하락…설 자리 잃는 K-품목
2025-05-12 17:09:28 2025-05-12 17:46:3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수출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5월 초 수출이 뒷걸음질인 데다, 대미 수출은 급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출 감소 요인으로 조업일수 감소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 등을 지목하고 있지만 수출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높습니다.
 
K-수출은 올해 초 6위에서 10위권으로 밀려난 이후 3개월 연속 선방한 모습이나 전 정부인 3년 전보다 수출액 규모가 10%가량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공수와 위안화 절하로 가격 경쟁이 밀리는 만큼, K-품목의 설 자리가 더 비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12일 관세청의 '5월 1~10일까지 수출액 현황'을 보면, 이달 초순 수출액은 12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8% 급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월 초 수출↓…대미 수출 '뚝'
 
12일 관세청의 '5월 1~10일까지 수출액 현황'을 보면, 이달 초순 수출액은 128억달러로 1년 전보다 23.8% 급감했습니다. 수입(146억달러)도 전년 동기대비보다 15.9% 감소했으며 무역수지는 1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10개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한 9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줄었습니다. 특히 핵심 품목인 반도체는 14.0% 증가한 반면, 승용차는 23.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자동차 수출이 급감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수입자동차에 본격 조치된 25% 품목 관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달 초 25% 관세 조치가 확대된 자동차부품은 42.6% 급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12일 25% 관세가 본격화된 철강제품도 41.2%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관세 사정권에서 호조를 예상했던 선박도 -8.7%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지난달 중국에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습니다.
 
석유제품(-36.2%), 무선통신기기(-23.0%), 컴퓨터주변기기(-34.6%), 정밀기기(-39.1%), 가전제품(-47.2%) 등도 줄줄이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10.6%), 승용차(22.1%)를 제외한 원유(-6.1%), 반도체(-8.2%) 등이 모두 줄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달 초순 수출이 줄어든 곳은 중국(-20.1%), 미국(-30.4%), 베트남(-14.5%), 유럽연합(-38.1%) 등으로 주요 10개국 중 대만(14.2%), 말레이시아(13.0%)를 뺀 나머지 국가 모두 줄었습니다.
 
더욱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통상 불확실성의 대미수출은 지난달 6.8% 줄어든 후 감소 흐름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평균 수출이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이 수출에 점차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1분기 국민계정상 실질상품수출도 0.8% 감소하며 수출이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미 수출 문제만 아닙니다. 중·미·베 등 수출 상위 3국의 비중이 49%에 육박하는 수준이나 모두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1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 트럭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밀어내기 '중국'…K-수출 경쟁력↓
 
올해 초 K-수출액은 마이너스 1월을 제외한 2∼4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올 2월 수출액(524억4857만달러)은 전 정부인 2022년 2월 수출액(541억5583만달러)의 96% 수준에 불과합니다.
 
올 3월 수출액(582억1508만달러)은 2022년 3월 수출액(637억8683만달러)의 91% 수준으로 파이가 줄었습니다. 관세 조치를 앞두고 물량 밀어내기에 총력한 4월의 경우 총 58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2022년 4월(578억4281만달러)과 비교해 약 0.8% 늘어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4월 역대 1위를 차지한 반도체(116억7000만달러)를 제외하면 456억9900만 달러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2022년 4월 반도체는 108억2000만 달러로 이를 제외한 수출액(468억6600만달러)의 97%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액의 회복세도 더딥니다. 1위 수출 품목인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을 보면, 328억 달러로 전년보다 6% 증가한 모습이나 지난 2022년 1분기 때인 343억 달러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분기별 반도체는 2023년 1분기 205억달러, 2024년 310억달러에 그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관세 부과와 함께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도 K-품목의 설자리가 더 비좁아질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등 '8.1% 깜짝 증가'한 배경은 미국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무역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분절화도 문제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은 시장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고 있다"며 "첫 관세 협상을 시도한 미·중이 90일간 관세 일부를 유예하기로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싼값에 밀어내기 수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위안화 절하까지 가세하고 있어 한국 품목의 설 자리가 더 비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올해 초 수출 6위에서 10위권으로 밀려난 한국의 수출 성적을 보면 그 증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의 적극적인 디리스킹(위험 경감)이 예상된다"며 "내수전환 지원과 우회수출 확대를 통해 리스크를 완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2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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