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지난 4월 롯데쇼핑이 공식 출시한 온라인 그로서리 전용 앱 ‘롯데마트 제타(LOTTE Mart ZETTA)’가 출시 두 달 만에 소비자들로부터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첨단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의 기술을 도입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던 제타 앱은 초기 화제성에 비해 실질적인 사용자 경험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사용자 리뷰를 살펴보면, 제타 앱에 대한 실망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리뷰 상당수가 “앱 사용이 직관적이지 않다”, “기능이 불안정하다”, “검색이나 장바구니 기능이 불편하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죠.
한 사용자는 “3번이나 결제 직전에 앱이 멈췄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물건 하나 지우려고 했는데 몇 번을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앱의 UX(User Experience) 전반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다른 마트 앱보다 더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AI 기반 ‘맞춤형 장보기’ 기능…사용자, '엉뚱한 추천' 실망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제타 앱에 핵심 기능 중 하나로 ‘AI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는데요. 사용자의 구매 이력, 장바구니 구성, 선호 카테고리 등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을 자동 추천하고 장바구니에 추가해주는 기능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과일 한 번 샀다고 다음번엔 오렌지, 포도, 바나나만 추천해준다”, “육류만 필요했는데 유제품이 가득 담긴다”는 식의 리뷰가 이어지며 추천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용자들은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느냐, 실용적이냐가 중요하다”며 오히려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AI 기반이라는 점만 부각됐을 뿐, 그 결과물이 사용자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롯데마트의 그로서리 전용 앱 롯데마트 제타 (사진= 롯데쇼핑)
롯데마트 제타는 배송 품질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내세웠는데요. 전국의 롯데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빠르고 신선한 배송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송 지연, 품목 누락, 제품 훼손 등 다양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분명 새벽배송을 신청했는데 아침 9시에 도착했다”며, 약속된 시간대를 지키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냉동식품이 반쯤 녹아서 도착했다. 신선식품은 도저히 못 믿겠다”고 말했습니다.
배송 누락이나 품질 문제에 대해 고객센터에 문의하려 했으나, 응답이 늦거나 연결이 어려웠다는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되고 있습니다. 고객 응대 속도나 절차 역시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롯데마트 제타는 2022년 롯데쇼핑이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한 첫 결과물입니다. 오카도는 ‘OSP(Ocado Smart Platform)’라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AI 기반 수요 예측, 자동화 물류, 로봇 피킹 등을 지원하는 세계적인 리테일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내 소비자 환경과 사용 습관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는데요.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을 앞세운 앱이지만 정작 사용자 경험 설계는 그에 못 미친다”며 “기술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합니다.
경쟁사 대비 뚜렷한 장점 부족…롯데, 전방위적 개선 진행 중
현재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쿠팡, 컬리 등이 이미 강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포화 시장입니다. 이들은 사용자 중심 설계와 빠른 배송, 정교한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받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죠.
반면 제타 앱은 기술적으로는 첨단 시스템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하는 이점은 크지 않은 상황인데요. 결국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소비자의 장기적인 선택을 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서비스 본연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리테일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마트 제타의 초기 부진에 대해 ‘사용자 중심적 사고의 부족’을 지적합니다. 한 유통전략 전문가는 “AI나 자동화 기술은 수단일 뿐, 목적은 결국 소비자 편의 향상에 있다”면서 “기술의 효용성은 체감되는 불편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쇼핑 측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출시 초기 단계에서 여러 가지 피드백이 들어온 점을 수렴하고 있다”며 “배송, 앱 안정성, 고객 응대 등 전방위적인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AI 추천 기능에 대해서는 “데이터 학습 단계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빠른 시일 내 2차 업데이트를 통해 앱의 전반적인 품질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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