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새 대표 선임 앞두고 인사 칼바람
재무·전략담당 등 핵심 임원 교체
ABL생명도 조직정비 수순
2025-06-20 15:03:17 2025-06-20 15:46:2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동양생명이 새 대표 선임을 앞두고 주요 임원 해임을 시작으로 인사 조치에 나섰습니다. ABL생명도 디지털 부문 인사를 단행하며 양사 모두 우리금융지주(316140) 체제 전환에 본격 돌입한 모습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최근 자산운용 부사장(CIO), 경영전략담당, 최고재무책임자(CFO), 결산 담당, 방카슈랑스 본부장,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 등 총 6명에게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동양생명은 지난 4월 일부 임원의 임기를 3개월 단기 연장한 바 있습니다. 그 연장 시점이 오는 30일부로 종료되면서 전면적인 임원단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 선임, 정관 변경, 이사·감사위원회 선임과 함께 본격적인 조직 쇄신이 단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 정비와 통합 수순 대비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달 각각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와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성대규 내정자는 보험개발원장, 신한생명 대표, 신한라이프 초대 CEO 등을 역임한 보험·금융정책 전문가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곽희필 내정자 역시 신한라이프에서 FC채널본부 부사장을 지낸 뒤 GA법인 대표를 역임한 영업 전략 전문가입니다. 두 내정자가 과거 함께 통합 PMI(인수 후 통합)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전략적 역할 분담을 통해 양사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0월 말 보험사 인수를 위한 전담 실무 조직을 가동했습니다. 당시 조직은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직접 이끌었습니다. 이 조직은 사업계획 타당성부터 리스크 관리 방안, 자본 확충 계획, 내부통제 방안까지 준비해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현재 일부 TF 인력은 양사 조직 내에서 실무 역할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인수 후 통합(PMI) 전 과정에 걸쳐 핵심 실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성 내정자가 디지털 전략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ABL생명의 디지털혁신실 담당 임원 교체 역시 양사 디지털 조직 정렬의 시작으로 해석됩니다. 업계에선 TF가 동양·ABL생명의 내부 사정은 물론 금융당국의 기조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는 평가였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인수 승인과 동시에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자본관리 계획의 이행 여부를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보고할 것을 조건으로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TF는 향후에도 이행 모니터링 및 중장기 전략 실행에서 지속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입니다. 
 
(사진=동양생명, ABL생명)
 
구조조정 우려와 노조 대응
 
우리금융과 인수한 두 보험사 간 실질적인 법인 통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계약자 보호 절차, 인사관리(HR) 일원화, 영업관리 시스템 통합, 정관 정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통상적으로 생보사 간 합병은 수년이 소요됩니다. 이에 따라 양사는 당분간 별도 법인을 유지하면서 부서별 구조 조정과 전략 정비부터 선행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ABL생명이 최근 해임한 디지털혁신실 임원 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성대규 내정자가 디지털 전략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양사의 디지털 조직부터 먼저 일치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수는 법적으로 완료되더라도 실질 통합은 길게 보고 가야 한다"며 "임원 교체와 부서 정비 등은 그 이전에 두 부서가 조직 구성을 맞춰가는 등 선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우려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본사 조직은 중복 부서가 많아 통합이 가시화될 경우 직무 재조정이나 희망퇴직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지부는 고용안정협약 체결과 위로금 지급 기준 마련 선행을 강조하며 금융위원회와 우리금융을 상대로 공식 요구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앞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당시 1년 내 전체 인력의 10% 이상이 회사를 떠났던 사례를 감안할 때 동양·ABL생명 역시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총자산은 합산 54조8396억원으로 NH농협생명(53조8947억원)과 유사하지만, 직원 수는 총 1689명으로 농협생명(1044명)보다 600명 이상 많습니다. 자산이 더 많은 신한라이프(60조4132억원, 1550명)보다도 인력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통합 이후 조직 효율화를 위한 인력 재배치나 조정 논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본사와 일부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최대 30% 수준의 인력 감축 가능성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희망퇴직 등 자발적 조정 방식이 우선 검토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금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금융권 한 임원은 "희망퇴직이나 조직 슬림화를 병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두 회사의 실적이 본격 통합 관리되면 효율성 중심의 인사 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동양생명의 복수 관계자들은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기 전이고, 추후 인사 교체 등 현안이 있어 고용 보장 등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방향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밝혔습니다.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와와 ABL생명지부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앞에서 합동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우리금융지주의 무책임한 인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 5대 핵심 요구 사항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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