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올해도 여름을 덮친 불청객 '러브버그'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민원은 크게 늘어
'친환경 방제' 둘러싼 의견 분분
2025-06-24 09:47:02 2025-06-24 09:47:02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러브버그 (사진=임삼진 객원기자)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올해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 곳곳에 '러브버그(Lovebug)'가 대량으로 출몰하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곤충은 본래 미국 남부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한국에서도 빈번히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여름 서울과 인천, 고양 등에서 처음 대규모로 발견된 이후, 올해도 어김없이 습도 높은 장마철을 맞아 대량 발생하면서 시민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에 맞서 친환경 방제를 원칙으로 삼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러브버그는 감염병 매개체가 아니고 직접적인 유해성이 없다”라며, “화학 살충제 대신 물 분사와 유인 포집기 같은 친환경적 방제 방법을 적극 활용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서 광원 유도 포집기를 설치하고 성동구 뚝도시장 지역에서는 청색광 제거 조명 운영을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등 비화학적 방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러브버그와 관련해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 조례"를 제정해 구체적인 방제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윤영희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러브버그로 인한 시민 민원이 폭주했다”라며 “조례를 통해 체계적인 대응과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해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조례는 대량 발생 곤충에 대해 친환경적 방제를 우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작년 8월 그린피스와 서울환경연합 등 57개 환경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러브버그는 생태계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곤충으로,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방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불편을 끼치지만,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어
 
이런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브버그로 인한 시민 불편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러브버그 관련 민원 접수는 9296건으로, 2023년의 4418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몸에 달라붙는 러브버그의 속성 때문에 산책로에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지만 등산로에서는 안전까지 위협을 받게 된다고 시민들은 호소합니다.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불청객 ‘붉은등우단털파리’의 학명은 Plecia nearctica이고,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북쪽으로 분포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동남아를 거쳐 3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확산 양상은 1960년~1970년대 북아메리카에서의 양상과 비슷합니다.
 
러브버그의 유충 단계는 4~8개월 동안 지속되며, 썩은 식물 재료로 먹이를 먹고 토양을 풍부하게 합니다. 수컷이 먼저 출현하여 암컷이 번데기가 될 때까지 떠다니다가, 비행 및 교미 중에 서로 붙어 있는 상태로 수명을 보냅니다. 수컷 성충은 평균 3~4일 생존하고, 암컷은 최대 7일까지 생존하며 대부분 짝짓기 후 바로 산란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토양 생태계에서는 유충 단계에서는 유익한 분해자로 활동합니다. 성충의 먹이 활동은 꽃 수분에 도움을 줍니다.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평가되는 것은 물거나 질병을 전파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차량에 달라붙는 습성이 있고, 산성 내장(pH 약 4.2)으로 인해 도장 손상 및 라디에이터 막힘을 일으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미국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꿀벌과 유사하게 대추나무의 꽃 수분 활동에 도움을 주는 모습 (사진=임삼진 객원기자)
 
다행히도 유해한 병원균은 없는 것으로 확인
 
지난해 발표된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채집된 러브버그의 미생물군집을 분석한 결과 인간에게 유해한 병원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세대학교 의대 연구진은 2024년 5월 학술지 Microbiology Spectrum에 발표한 연구에서 “러브버그가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는 극히 낮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서울에서 갑작스럽게 대량 출현한 이국적 곤충 러브버그로 인해 시민들이 큰 불편과 불안을 겪었다. 특히 이 곤충이 병균을 전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연구진은 차세대 시퀀싱(NGS) 기법으로 러브버그의 미생물군집을 분석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습니다. 총 41마리(암컷 20마리, 수컷 21마리)의 러브버그에서 453종의 세균이 확인되었는데, 이 중 대부분은 리케차(Rickettsia, 상대적 풍부도 80.40%)였습니다. 이어서 Pandoraea 박테리아와 유윙겔라(Ewingella)가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추가 분석 결과, 주요 검출 균주인 Rickettsia와 Pandoraea는 인간에게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 비병원성 균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인 러브버그의 피크 시기는 6월 말부터 7월 초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집중 발생 피크 시기를 일반적으로 6월 말부터 7월 초로 보고 있습니다. 이 피크 시기에 러브버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창문과 문 닫기(특히 황혼과 새벽 시간대) ▲아침과 저녁시간대 실외 습기 많은 지역 피하기 ▲표면 위생을 위해 건물 외벽, 차량, 창문을 씻어내기 ▲주변의 습기 많은 곳 등 유충 서식지를 관리하기 등을 권고합니다.
 
기후 변화가 가져온 러브버그의 확산이어서 당분간은 자연적인 개체수의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곤충의 출현 주기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지자체와 환경단체, 시민들이 함께 논의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을 것”을 주문합니다. 시민 불편 해소과 생태계 보전 사이의 적절한 접점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갑자기 한반도를 덮친 이 낯선 곤충의 습격이 우리에게 다른 유해한 곤충들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야겠습니다. 
 
러브버그 방역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 시위 (사진=KARA)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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