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10: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차(005380)그룹과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엠에스오토텍(123040)이 지난해 발행한 40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조기상환을 했다. 교환가액 대비 급락한 주가 탓에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과 이자 등을 통한 이익을 포기하고 원리금 회수를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성부채 규모가 현금성자산의 18배를 넘는 상황에서 조기 상환이 이뤄진 만큼, 부진한 주가가 지속돼 다시 풋옵션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엠에스오토텍)
단기성부채, 현금성자산 규모 대비 18배 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엠에스오토텍은 지난해 4월과 5월 발행한 35·36회차 EB 총 408억원(각각 77억원, 331억원 규모)을 만기 전 취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두 EB 만기는 당초 2029년 4월까지로 모두 4년물이었지만, ‘사채권자와의 협의’를 이유로 조기 상환했다.
시장에서는 조기 상환 배경에 대해 최근 주가 하락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교환가액이 11만800원으로 설정된 해당 EB는 발행 당시 주가(4400원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책정됐다. 게다가 현재 엠에스오토텍의 최근 주가(18일 기준)는 2635원으로 교환가액과 괴리가 커 교환권 행사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문제는 엠에스오토텍의 재무구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회사가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963억원으로, 전년(1748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현대차그룹의 내수 부진으로 주력 납품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7.5%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 9118억원의 적자에서 9043억원의 흑자로 전환했지만, 재무상태는 여전히 취약하다.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4억원, 기타유동자산 1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141억원 등 단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약 176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2920억원, 기타유동금융부채는 387억원, 기타유동부채는 9억원으로 약 3316억원에 달한다. 단기 상환부담이 현금성자산보다 18배 넘게 많은 셈이다. 이번 EB조기 상환이 2분기 회사의 재무여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늘어난 투자·줄어든 재무활동…위험요인 누적
재무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회사는 투자 집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올 1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41억원으로 전년 동기(-377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알루미늄 핫스탬핑 기술에 기반한 설비투자와 해외 매출처 확대를 위한 물류·공장 투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다소 무리한 행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엠에스오토텍은 투자를 늘린 대신 은행 차입금 등을 갚는 데는 돈을 덜 썼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306.2억원 유출에 비해 크게 줄었다. 투자활동으로 유출된 현금은 늘고 재무활동으로 쓴 돈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은행 차입금 갚을 돈을 투자하는 데 썼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엠에스오토텍은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 핫스탬핑 차체 부품 양산에 성공하며 테슬라, 닛산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 거래를 확대해왔다. 덕분에 2019년 매출 1조2000억원을 돌파한 뒤 2023년에는 2조818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74억원에서 1748억원으로 뛰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었다.
그러나 무리한 EB 발행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교환가액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은 데에는 당시 회사 측의 ‘주가 자신감’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교환권 행사는 어려워졌고, 결국 투자자들은 풋옵션 형태로 원리금 회수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엠에스오토텍이 부진한 주가를 이어갈 경우 남은 미상환 사채에 대한 풋옵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엠에스오토텍 1분기 보고서의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관련 사항에 따르면 34·35·36회차 EB와 더불어29·30·32·37회차 회사채의 권면총액은 4000억원, 이 중 미상환 잔액은 237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풋옵션이 발생해 35·36회차 EB 잔액 중 408억원을 상환했기 때문에 총 1962억원의 미상환 사채가 남아있다. 해당 미상환 사채 전액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엠에스오토텍의 단기 재무부담이 매우 과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단기성부채 규모가 현금성자산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추가 풋옵션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자금조달 방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