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끌어낸 트럼프…이면에 '반중전선'
중동 내 깊은 관여 '거리두기'…일대일로 확장 '견제' 효과
2025-06-25 16:45:33 2025-06-25 16:45:4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위태로운 휴전'을 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중동 사태의 재발이 이른바 '트럼프 구상'의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이면에는 '반중 전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동에 발이 묶일 경우 관세 전쟁 등 대중국 억제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헤이그로 출발하기 전 마린원 탑승에 앞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태로운 휴전에 '성과 과시'
 
2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황 관리에 주력을 다했습니다. 2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에도 긴장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직접적인 메시지를 통해 확전을 방지한 겁니다.
 
그는 새벽 1시께에도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며 "위반하지 마라"라고 썼습니다. 특히 "폭탄들을 (이란에) 떨어뜨리지 말라"며 "당신들이 그렇게 하면 중대한 (휴전 합의) 위반"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되레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을 자제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란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업적을 부과시켰습니다. 자국 내 반발에도 이란 핵시설 3곳 급습이라는 도박수를 던졌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결코 그들의 핵시설을 재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습이 휴전의 배경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과를 강조하는 이유는 몇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은 악화일로인 '자국 내 여론'입니다.
 
<CNN·SSRS>가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 타격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56%로, '지지한다'는 응답 44%에 크게 앞섰습니다. 
 
또 응답자의 58%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이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위협이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은 27%에 불과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 전에 외교적 노력을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3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는 답(32%)보다 높았습니다. 해당 조사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 발표 이전인 지난 22~23일 이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중국 견제 '본격화'…이제 다시 '관세'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는 배경에 자국 내 여론도 있지만, 이미 임기 초부터 돌입한 '관세 전쟁'에 다시 돌입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중동 상황에 직접 개입하기는 했지만 이란의 '정권교체'라는 이스라엘의 열망을 실현시켜주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내 무력 충돌 자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관세 전쟁은 사실상 대중국 억제를 위한 조치였는데요. 미국은 중동의 '휴전 수호'를 지켜내며 더 깊이 연루되는 것을 피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대중국 억제 전략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는 형국이다 보니 미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힘 자랑'에 나서며 그 고리를 끊어내려고 한 것"이라며 "이스라엘도 100% 지원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중동을 미국이 통제한다는 이미지를 준 것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결국 이번 중동 휴전에 있어 미국이 중국에 '너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주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란 폭격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이나 남중국해 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중국 연구 수석연구원 아이작 카돈은 "이란 폭격은 지역 갈등에 대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중국 분석가들에게 강력하고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이면에는 중국의 장기 국가 발전전략 구상 중 하나인 이른바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 연결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저지입니다. 일대일로 전략에서 이란은 중국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이란의 영향력 축소는 필수 요소인 셈입니다.
 
반서방 동맹에 있어 이란은 러시아와 함께 중국의 동맹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미국의 이번 공격으로 인해 이란이 중동에서 쌓아 올린 영향력 역시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외교·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중동 휴전 이후 관세 전쟁부터 시작한 대중국 견제 전략에 있어 조직 정비가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내놓은 유화 메시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이란에서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90%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도의 변화가 감지 되는데요. 중국이 이란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영향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중 관세전쟁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추가 협의가 주목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