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도 '0%대' 성장…수도권 집중화에 '양극화' 여전
1분기 GRDP 0.1% 증가…커지는 저성장 경고음
건설·제조업 부진에 대경권 역성장…대구 '꼴찌'
2025-06-26 16:21:03 2025-06-26 16:51:4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지역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치면서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개 시도 중 10곳은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이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 건설업과 제조업 생산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 컸습니다. 또 수도권 집중화에 지역경제 양극화 현상도 여전했습니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부과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로 예고된 가운데, 저성장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진 모습입니다. 
 
사실상 성장 멈춘 지역경제…10개 시도 '역성장'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잠정)'에 따르면 전국 GRDP는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1분기(3.5%)와 비교하면 3.4%포인트나 낮아진 것입니다. '지역내총생산'이란 특정 지역 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액으로, 지역경제 규모와 성장률을 비교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0.2%)과 동남권(0.5%), 호남권(0.3%)은 1년 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대경권은 0.4% 감소했고 충청권은 0.0%로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시도별로 보면 경북(1.6%), 울산(1.4%), 서울(1.0%) 등 7개 시도의 GRDP는 늘었지만, 대구(-3.9%), 세종(-1.5%), 인천(-1.4%)을 포함한 10개 시도는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곳을 보면 경북은 전기·가스업(14.8%)과 광업·제조업(1.1%)이, 울산은 광업·제조업(1.7%)과 서비스업(1.6%)이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서비스업이 1.7% 늘어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대구에서는 건설업(-24.3%)과 광업·제조업(-8.8%)이, 세종에서는 건설업(-19.4%)과 광업·제조업(-13.9%)이 각각 부진하면서 역성장을 보였습니다. 인천도 건설업(-7.2%), 광업·제조업(-5.5%) 생산이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김대유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도 둔화하면서 전체적인 GRDP 수치가 낮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건설업 불황 직격탄 맞은 대구…짙어지는 '0%대' 그림자 
 
특히 이번 통계에서는 전국과 지방의 건설 경기 불황을 나타내는 지표도 나왔는데, 대구의 경우 건설업 하락 폭이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점이 눈에 띕니다. 실제 올 1분기 전국 건설업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4%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는 -24.3%나 뒷걸음질했습니다. 이어 광주(-18.5%), 세종(-19.4%) 등 8개 광역지자체의 건설업 성장률은 전국 평균 건설업 성장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 국장은 "대구 지역은 2023년 건설 수주가 크게 감소했고, 그 영향이 이번 건설기성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주거용 건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7793가구로, 이 중 76.5%인 5만1888가구가 지방에 몰렸습니다. 지역 중에서는 이른바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가 3776가구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이 쌓였고, 이어 경북(3308가구)·경남(3176가구)·부산(2462가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지역경제가 후퇴했지만 수도권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며 지역경제 양극화 현상도 여전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며 수도권 성장세를 이끌었는데,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경제활동인구 등이 지역별 성장 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로 예고된 가운데, 지역경제마저 사실상 성장을 멈추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이재명정부는 경기 진작 목적으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지만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며 1%대 성장 달성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성장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민간에서는 확장 재정정책을 통한 공공 건설투자 확대 방안 외에 맞춤형 대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근본적으로 펀더멘탈이 너무 안 좋아져서 1%대 성장 달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재명정부가 지역화폐 사업으로 지역 자영업자 살리기 등에 나섰지만,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연간 단위로 발표됐던 GRDP가 분기 단위로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기 GRDP는 시의성과 활용성 높은 통계 확산을 위해 도입한 실험적 통계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통계청은 향후 품질 안정성 검토를 거쳐 국가 승인 통계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김대유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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