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임원 변경 승인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직접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향후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말 고팍스가 제공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GOFi(고파이)'의 중단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산을 예치하면 일정 이자를 제공하는 구조였으나 이를 운영하던 미국의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 파산하면서 투자자 자산 회수에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 약 3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총 1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잃었습니다.
이후 고팍스는 피해자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산업회복기금을 통한 인수 구제안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바이낸스의 참여가 사태 해결의 핵심 열쇠로 떠올랐습니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 인수를 통해 결국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임원 변경 수리' 절차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인수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FIU는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고팍스가 제출한 임원 변경 신고서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했지만, 공식적인 불수리 통보 없이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바이낸스가 마련한 피해자 구제 자금 역시 고팍스 내부로 유입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자산 반환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FIU는 외국계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적격성 문제를 들며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임원 변경 신고 불수리 사유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미비, 실명 입출금계좌 미계약, 서류 누락 또는 허위 기재, 자금세탁 전력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현재까지 FIU가 명확한 사유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어 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란마저 일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피해자 대표단과 면담을 진행한 데 이어 FIU 관계자들과 회동을 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FIU와 피해자 간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이슈를 넘어 디지털자산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시험대로 보고 있습니다. 고팍스 인수 지연으로 피해자 구제 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정부의 의지와 정책 신뢰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이번 사태가 향후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FIU의 입장 정리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 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사유 없이 처리를 미루는 것은 사실상 그림자 규제"라며 "정당한 절차에 따른 처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업 제도화 전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행정 대응이 투자자 피해를 키우고 있는데 향후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철수로 이어질 경우 1600억원 이상의 피해 책임이 남게 될 것"이라며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 초안에 ‘사유 없는 지연 시 승인 간주’ 조항이 포함된 배경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고팍스 피해자 구제 방안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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