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압박과 글로벌 수요 침체가 겹치면서 한국 주요 수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부진이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철강업계까지 줄줄이 실적 악화가 예고되며 재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 나란히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고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가전과 TV사업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09% 감소한 74조원, 영업이익은 55.94% 급감한 4조6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LG전자 역시 가전과 TV 사업이 미 행정부의 통상 압박과 글로벌 소비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실적이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줄어든 6391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20조74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자업계 부진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비슷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추정한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각각 3조6292억원, 3조1286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1%, 14.1% 감소한 추정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 전망은 미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철강업계 역시 비슷한 흐름입니다. 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와 4.2%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제철은 2분기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액은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와 글로벌 수요 침체라는 복합 리스크가 한국 경제 전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빠른 시일 내 전략적 대응을 도출하지 않으면 하반기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2분기 실적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전환점”이라며 “하반기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와 기업 모두 통상·수출 구조 재편이라는 전략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