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난 4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인해 벌어진 이웃 간 갈등이 원인이었습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 접수와 112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정부는 층간소음 갈등의 원천을 봉쇄하고자 2022년부터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건설사들은 아파트 시공 시 다양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건설사들의 기술 개발 행진에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층간소음 갈등은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시기 이전 준공된 아파트들의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한 때라고 강조합니다.
층간소음, 112 신고부터 형사소송까지 이어져
지난 4월21일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방화 용의자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숨진 방화 용의자는 작년 11월까지 해당 아파트에서 불이 난 4층 바로 아래인 3층에 거주했던 옛 주민으로, 윗집 주민들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층간소음은 단순한 갈등 양상을 벗어나 형사소송 등으로도 이어지는 비율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층간소음 갈등이 형사소송으로 이어진 건수는 43건이었는데, 10년이 지난 2022년 3배가 넘는 125건까지 증가했습니다.
112 신고 접수된 층간소음 갈등은 폭력 등 강력범죄로도 이어집니다. 2021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층간소음 112 신고 종결 내용을 살펴보면 절반가량은 폭력으로, 나머지 절반은 스토킹과 협박, 재물손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 강경책에 건설사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 잇따라
정부는 날로 늘어나는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시공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규제책을 적용하는 방안을 택한 바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바닥충격음 성능검사제도’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제도는 아파트 완공 후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실시해 기준 미달 시 재시공을 지시하는 매우 강력한 규제책입니다.
이에 2022년부터 건설업계는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자해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한창입니다. 특히 대형 건설사는 자체 기술 연구소를 세우거나 건자재 업체 등과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인 삼성물산의 '래미안 고요안랩'(위)과 현대건설의 'H 사일런트 랩'(아래)의 모습. (사진=삼성물산·현대건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래미안 고요안랩’과 ‘H 사일런트 랩’이라는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만들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 3중 바닥 구조’를, 롯데건설은 음향 분야의 ‘노이즈캔슬링’ 원리를 적용한 ‘능동형 진동 제어‘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GS건설은 올해 들어 건재자업체인 LX하우시스와 협력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들은 시중에서 개발된 기술 중 효과적인 기술을 채택하는 방법을 이용 중입니다.
코오롱글로벌은 기포 콘크리트 대신 기능성 모르타르를 사용하는 완충 구조를 채택했으며, KCC건설도 자체 건축환경연구소에서 실제 사용할 다양한 완충재를 비교해 최상의 저감성능을 평가 후 건설현장에 적용 중입니다.
‘2022년 이전 준공 아파트’ 층간소음 해결 방안 절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기술 개발 노력에 2022년 이후 신축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사례는 이전보다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층간소음 갈등 사례가 2022년 이전 준공 단지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분양가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층간소음 저감에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다만 기존(2022년 이전 준공)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각 가구별로 소음 방지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는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 해당 단지들의 층간소음을 건축학적 입장에서 줄여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