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중국이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맞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을 거점으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앞세워 LFP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히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현지 생산에 돌입하며 LFP 주도권 탈환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는 K-배터리 업체들에겐 중국의 아성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합작법인 얼티엄셀즈 2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제2공장에서 LFP 배터리 셀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장은 그간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양산해왔는데, 올해 말부터는 일부 라인을 LFP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회사는 본격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얼티엄셀즈는 이번 LFP 생산 결정과 관련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다양화되는 만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커트 켈티 GM의 배터리 및 지속가능성부문 부사장은 “미국 내 LFP 셀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GM의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며 “NCM 기반 셀 생산을 지속하며 LFP 배터리도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 전기차 선택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SK온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ESS용 LFP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10일 배터리 소재사 엘앤에프와 LFP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북미 ESS용 LFP 배터리 사업 본격 시동 걸었습니다. SK온은 조지아·켄터키 등 기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활용해 LFP 생산 체계를 조기에 갖추겠다는 구상입니다. LFP는 코발트 등 고가 광물 대신 인산철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발화·폭발 위험이 적어 ESS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그간 주력해온 삼원계 배터리에서 LFP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보급형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ESS 수요도 빠르게 늘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안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LFP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7%에서 2023년 37%로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시장의 강자인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에 균열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배터리 원소재인 광물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한국이 원가 측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최근 미·중 간 관세 장벽과 같은 경제 안보 대결 구도 속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한국 업체들에게 분명한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등에 30%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미국 진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한국 업체들이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며 “현지 거점을 통해 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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