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이 27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했습니다. 윤석열·김건희씨 부부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겁니다. 특검은 25일엔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공천개입에 대한 수사를 거듭하며, 윤씨 부부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김건희특검은 오는 29일엔 윤씨를, 8월6일엔 김건희씨를 소환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공천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특검은 이날 오전 윤상현 의원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윤 의원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서 진지하게, 진실하게,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줄였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청탁을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윤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민주당은 윤 의원이 공천개입에 연루됐음을 암시하는 녹취록 하나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윤석열씨와 명태균씨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당시 윤씨는 명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윤 의원은 문제의 녹취록에 대해 "윤석열씨로부터 '김영선이 해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특검은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5일 함성득 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해당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22년 4월28일 명씨는 '형수(김건희씨)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바 있습니다. 해당 메시지엔 "김영선 의원을 살려주세요. 대통령님과 사모님(김건희씨)의 충복이 되겠습니다",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말씀 좀 해주세요. 평생 은혜 갚으면서 살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있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명씨가 하필 함 원장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함 원장이 윤석열씨 부부의 거주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사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씨와 김건희씨가 지난해 10월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김건희특검은 최근 김씨 일가족과 측근 인사, 대기업 운영진 등 연일 소환하면서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함성득 원장과 윤상현 의원을 주말에도 조사한 것도 윤씨 부부를 소환하기 전 관련 의혹들을 속도내서 정리하는 걸로 풀이됩니다.
특검은 지난 25일에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김씨의 모친 최은순씨, 오빠 김진우의 각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공흥지구 개발 사업 과정 중 최씨와 김진우씨 등이 운영하고 있는 가족기업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핵심입니다. 김 의원은 당시 양평군수로 재직했는데, 개발 사업에 관한 인·허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날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소환됐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샤넬백 등 수수 관련 의혹입니다. 특검은 이날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2022년 전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요 청탁 내용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입니다.
아울러 특검은 '김건희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에 대기업들이 청탁을 목적으로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 한국증권금융, 신한은행 경영진을 소환했습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두차례 조율 끝에 내달 1일 특검에 출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문제는 모든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씨와 김건희씨가 특검의 소환에 응할지 여부입니다. 특검은 윤씨에겐 29일 오전 10시, 김씨에겐 내달 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윤씨는 지난 10일 새벽 재구속된 이후 내란특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내란혐의 재판에도 불출석하고 있습니다. 김씨 역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혐의별 분리 조사 △조사일정 간 3~4일간 휴식 보장 △오후 6시 이전 조사 종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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