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미투자 '4배' 더 요구…협상 변수는 'K-조선'
"일본 5분의 1" 압박에…'조선업 카드'로 돌파 모색
2025-07-27 18:17:18 2025-07-27 19:06:35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미국이 한국에 4배 이상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면서 협상 구도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약 1000억달러(137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검토 중인데요. 협상 판세를 바꿀 유일한 카드로 미 조선업 재건과 직결되는 'K-조선' 기술 협력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일본은 못하고 한국은 가능한 '조선 협력'
 
대통령실은 26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협상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미 측이 꾸준히 강조해 온 사안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협상시한(8월1일·현지시간)을 앞두고 본격 구체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를 통해 대미 투자 압박을 완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실제 우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미 투자 규모는 일본(약 5500억달러·751조원)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인데요. 문제는 한국 입장을 '배려'해 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미국 측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대미 펀드는 미국이 일본 돈에 대한 투자처를 결정하고 투자 이익의 90%를 가져가는 식입니다. "일본이 국익을 미국에 갖다 바쳤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한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도 일본처럼 돈 내고 관세 낮출 수 있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이어가고 있고, 러트닉 상무장관도 한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대미 투자액으로 4000억달러(548조원)가량을 제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은 '조선업 협력'입니다. 미국은 '존스법'(미국 항구 간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자국 조선소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후화와 인력 부족으로 해군·해안경비대 군수함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독자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협력 파트너로서 일본은 기술 경쟁력이 약하고, 중국은 안보 이슈로 배제됩니다. 반면 한국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는데요. 특히 모듈화·블록 조립 방식은 미국 현지 조선소가 빠르게 조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부활' 전략에서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로 평가됩니다.
 
정부는 국내 조선 '빅 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안을 미국에 제시할 전망입니다. 단기적으로 '설계·모듈 공급+현지 조립'이라는 현실적 로드맵을 제시한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조선소 재건 계획을 약속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지원 등을 통해 민간 협력을 가속하는 방안도 유효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한·미 협력을 통한 '조선업 부활'은 자국 조선·해양 산업 종사자들에게 상징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버지니아주 노포크에서 뉴욕으로 출항하는 해군 병원선을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농산물 2차례 '수정 제안'에도…미국 추가 양보 '압박'
 
정부는 안보 협력부터 농산물·조선까지 분야별 논의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협상 진전을 이끌 수 있는 실질적 카드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걸로 보입니다.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던 쌀 수입 확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정부는 농축산물 분야에서 당초 제안보다 진전된 수정 제안을 거듭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더 큰 양보를 요구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걸로 전해집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는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농민들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 계층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실제 미국과 합의한 대부분의 국가는 농산물 분야에서 구매 확대나 시장 개방을 약속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