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김건희 ‘운명의 날’…구속 유력
영장심사 4시간30여분 진행…구속 가를 쟁점은 증거인멸
서희건설 회장 '자수서'가 결정타 되나…특검도 '별도 강조'
김씨 구속되면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2025-08-12 17:22:46 2025-08-12 19:08:55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12일(오후 5시20분 기준) 구속 갈림길에 섰습니다. 김씨가 착용한 고가 목걸이의 출처와 관련해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가 구속되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헌정사상 첫 사례가 됩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35분까지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습니다. 영장심사가 진행된 법정은 321호입니다. 이곳은 윤씨가 지난달 9일 재구속 영장심사를 받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김씨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출석할 때 취재진은 포토라인에 선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의미가 무엇이냐”, “명품 선물(에 관해 특검에) 사실대로 진술했느냐”, “김건희 엑셀파일 본 적 있느냐” 등을 물었지만 김씨는 아무것도 답변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습니다. 
 
영장심사가 끝나고 취재진이 다시 “3가지 혐의 다 부인하느냐”, “국민들에게 할 말 없냐”라고 물었지만 이번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씨는 지난 6일 김건희 특검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영장심사 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영장 발부를 놓고 김건희 특검과 김씨 측은 점심시간 없이 4시간30분가량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검은 지난 6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7시간 정도 조사한 뒤 다음 날인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은 구속영장에서 김씨에 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게이트 관련 공천 개입 의혹’으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관련 청탁 및 명품 수수 의혹’과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특검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방조에 그치지 않고 공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김씨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종에 참여해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영장에 적시했습니다. 
 
특검은 아울러 영장에서 김씨가 지난 20대 대선 기간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에 달하는 여론조사 58건을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고 했습니다. 영자엔 김씨가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줬다는 혐의도 담겼습니다. 
 
특검은 3시간 정도 김씨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김씨 측은 1시간30여분 동안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 구속 여부를 가를 쟁점은 증거인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는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6일 특검 조사에선 해당 목걸이에 관해 "2010년쯤 홍콩에서 어머니 선물을 위해 가품을 구입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이 김씨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 주거지를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이와 동일한 모델의 가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날인 11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특검에 '목걸이를 구매해 김씨에게 해당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습니다. 김씨가 진품을 바꿔치기했다는 의혹만 짙어진 겁니다. 고가 목걸이 부분은 특검이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관련 없지만,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김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하는 사유는 증거인멸, 도주 우려입니다. 김씨의 경우 고가 목걸이의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기 때문에 영장 발부가 유력해진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최근 샤넬 직원으로부터 ‘영부인이 선물을 교환하러 온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가 건진법사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았다는 정황이 제3자 진술을 통해 드러난 겁니다. 김씨는 샤넬 가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진술해왔고, 특검이 샤넬 가방 등 제품의 실물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김씨가 이를 숨겼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검은 영장심사 과정에서 김씨가 지난 4월 윤씨 파면 직후 사무실 노트북을 초기화하고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들도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점도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심문이 끝나고 김씨는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동했습니다. 원래 구금 장소는 서울구치소로 예정됐으나, 윤씨 구속 등을 이유로 부담을 느낀 서울구치소 요청으로 장소가 변경됐습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으면 13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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