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브릿지바이오, 힘 잃는 R&D 동력…바이오 사업 정리 수순
임상 자진 취하 및 연구개발 인력 6개월 만에 '반토막'
임상 이어갈 파이프라인 없어…R&D 비용 축소 전망
2025-08-26 06:00:00 2025-08-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2일 16: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현 파라택시스코리아)가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BBT-207의 임상을 자진 취하하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기술이전하는 방향으로 개발 전략을 수정했다. 올 들어 반토막이 난 연구개발인력 규모와 임상 자진 취하가 맞물리면서 바이오 기업으로서 보유하고 있던 R&D 동력 자체가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본업이었던 바이오 사업의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브릿지바이오)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취하…기술이전 전략으로 전환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EGFR-TK1 제제 'BBT-207'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1/2상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의 자진 취하를 결정했다. 사측은 시장 환경과 사업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자체 연구개발을 통한 과제가치 증대 전략에서 현재까지 확보된 결과를 활용해 협력 개발기업 발굴 및 라이선스 아웃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온 회사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 임상 개발은 중단될 전망이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23년 9월에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중이던 'BBT-176'의 한국 및 미국 임상 1/2상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 당시 회사는 다양한 변이 스펙트럼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발굴 후보물질인 BBT-207의 개발 진전에 따라 연구개발 역량과 자금을 집중한다며 임상 취하 사유를 밝혔지만, BBT-207마저 취하 수순을 밟으면서 결국 두 번의 임상 자진 취하로 막을 내리게 됐다.
 
회사가 재무리스크 돌파구로써 경영권 이전을 선택한 결과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브릿지바이오는 적자를 지속하면서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율이 2023년 215.2%, 2024년 72.3%를 기록, 2년 연속 기준치인 50%를 웃돌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어진 적자에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224억원을 기록, 자본금 261억원을 하회하며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결국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정규 대표가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1 및 파라택시스홀딩스와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50억원이 납입되며 급한 불을 껐다. 다만 새로운 경영진 아래 지금껏 이어온 바이오 기업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파라텍시스는 브릿지바이오의 사명을 파라텍시스코리아로 바꾸고 신규사업으로써 기관투자자 중심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바이오 사업 지속 추진하겠다지만 '글쎄'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브릿지바이오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개발중인 BBT-877을 포함한 핵심 임상과제의 사업개발 활동은 이정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사업 부문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집중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바이오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사측의 설명과는 달리 연구개발 인력이 줄어들며 바이오 사업의 추진력 자체가 꺾이고 있는 모양새다.
 
회사의 연구개발 인력은 2023년 말 39명에서 지난해 말 29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반기 말 기준 1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반년 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주요 연구개발인력 현황에도 지난해 말 까지는 부사장급 인원 4인의 이름이 올라왔지만, 올해 반기 말 기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이용희 부사장 1명뿐이다.
 
연구개발 인력의 감축, 임상 자진 취하가 맞물리면서 해마다 몸집을 줄여온 연구개발비용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브릿지바이오의 연간 연구개발비용합계는 2022년 376억원, 2023년 333억원, 2024년 146억원으로 감소를 지속해 왔다.
 
현재 연구개발 진행 총괄표에 기재된 주요 파이프라인은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301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GPCR 등 총 5개다. 이 가운데 임상 2상 완료 이후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한 BBT-401을 제외하면 당장 추가적인 임상 진행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은 BBT-877이 유일하다. BBT-207은 이번에 라이선스 아웃 전략으로 전환했고, 그 외 BBT-301과 GPCR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월 BBT-877의 글로벌 임상2상 탑라인 데이터를 공개하며 일차 평가변수인 24주차 강제 폐활량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측은 세부 데이터를 추가 분석해 향후 임상 개발 및 사업 전략을 재수립하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한차례 실패한 임상을 재추진할 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선 회사가 최소 인원만 남긴 채 잔여 파이프라인 라이선스 전략을 통해 바이오 사업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투입된 연구개발비용합계는 총 7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용의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브릿지바이오 측에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 및 바이오 사업 지속 추진 여부에 대해 문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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