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탑머티리얼, 적자 폭 확대…투자·차입 의존 '악순환'
지난해 첫 연간 적자에 올 상반기도 적자 규모 '급증'
적자인데 투자는 '공격적'…은행 빚 없이 투자 어려운 상황
2025-08-26 06:00:00 2025-08-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2일 16: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소재 기업 탑머티리얼(360070)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졌고, 그 폭마저 크게 확대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탑머티리얼)
 
상반기 영업적자, 전년 동기 대비 '10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탑머티리얼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약 8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억원 수준이던 적자가 1년 만에 10배 이상 커진 것이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첫 적자를 냈는데, 상반기 흐름만 보더라도 당분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악화됐지만 탑머티리얼의 투자 행보는 오히려 공격적인 모습이다. 올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9억원 플러스(+)를 기록하며 현금을 유입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미국 배터리 및 반도체 기술 기업인 포지나노에 대한 투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탑머티리얼은 지난 5월 포지나노가 신규로 유치한 4000만 달러 규모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출자했다. 회사는 정확한 투자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해당 출자 덕에 포지나노의 누적 투자금이 약 1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포지나노는 양극활 물질과 실리콘 음극활 물질 표면에 원자 단위로 코팅을 입히는 ALD(Atomic Layer Deposition)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지나노는 이미 제너럴모터스(GM)의 투자사인 GM벤처스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확정 받아 노스캐롤라이나에 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탑머티리얼은 이번 투자를 통해 포지나노의 ALD 기술을 자사 개발 중인 고전압 미드 니켈 및 망간계 양극재에 적용해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외부 차입 통해 투자금 '수혈'…현금곳간 '구멍'
 
탑머티리얼은 이미 인산철(LFP) 양극재 개발을 완료한 뒤 평택 브레인시티 부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전구체 공법을 활용한 고전압 미드 니켈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무전구체 공법은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보조금과 관세 측면에서 유리하고,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가격경쟁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포지나노의 ALD 표면 기술을 적용하면 미드 니켈계 양극재의 고전압 구간에서 긴 수명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탑머티리얼은 해당 투자를 계기로 포지나노의 기가팩토리 건설에도 참여해 대규모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수주가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아 투자금 회수 시점이 지연되면 수익성이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회사 내부에서 창출된 현금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탑머티리얼의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65억원의 세 배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재무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1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곧 은행에서 돈을 빌려 충당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52억원을 상환하며 차입 부담을 줄여나갔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적은 나빠지고 있는데 투자는 확대되다 보니 결국 외부 차입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탑머티리얼이 이러한 현금흐름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업황 악화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금을 줄여 현금 유출을 최소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이 늘어나면 재무적으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탑머티리얼이 추진하는 신사업 수익성이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은 기술 확보와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선투입해야 하는 특성상 일정 기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IB토마토>는 탑머티리얼 측에 올 상반기 적자 폭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커진 이유와 하반기 실적 전망, 현금흐름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