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에도 철강 관세 못 줄였다…철강업계 ‘암울’
지난달 대미 수출액 26%↓…2년6개월 만에 최저
사실상 대미 수출 막혀…추가 관세 확대 가능성도
2025-08-26 15:08:31 2025-08-26 15:37:5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초고율 관세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유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상황이 더욱 암울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이미 장기간 어려움에 시달려온 가운데, 기대했던 정상회담마저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서 업계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지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전년 동기(3억8255만달러) 대비 25.9% 급감했습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수출 물량도 줄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량은 18만8439톤(t)으로 전월(23만9217t) 대비 21.2%, 전년 동기(24만72t) 대비 21.5% 감소했습니다. 대미 철강 수출량이 20만t을 밑돈 것은 지난해 9월(18만8639t)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전 세계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에는 50%로 인상했습니다. 이어 지난 18일부터는 냉장고·변압기·트랙터·엘리베이터·전선·케이블 등 철강·알루미늄이 쓰이는 파생상품 407종에도 50% 관세를 확대 적용했습니다. 사실상 미국 측 요구 품목이 전면 반영된 것으로, 향후 정례 절차를 통해 관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업계가 기대했던 쿼터제 적용이나 품목 예외 조치, 철강 관세 인하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철강제품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전체 수출의 13.1%에 해당하는 43억4700만달러 규모를 차지했습니다. 그동안 업계는 정부의 외교력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 셈입니다. 
 
국제 경쟁 구도 역시 한국 철강업계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일본제철은 141억달러에 US스틸을 인수한 데 이어 2028년까지 110억달러 추가 투자를 예고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반면 현대제철은 58억달러를 투입해 미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나, 완공 시점이 2029년으로 예정돼 있어 시차가 큽니다. 실제 생산 기반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중국이 지난달 조강 생산을 전년 대비 약 4% 줄이는 등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의 50% 고율 관세가 본격화되며 대미 수출길이 사실상 차단되자, 중국발 감산 효과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다만 반도체·자동차 등 다른 현안도 의제에 오르지 않은 만큼,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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