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 엔비디아’ 속도…K-반도체 위상 흔들
AI 칩 개발…HBM 등 AI 메모리 추격 속도
삼성·SK하이닉스, 중 영향 지속 감소될 듯
2025-09-01 15:58:06 2025-09-01 16:21:02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미국의 반도체 기술 견제로 중국 빅테크 업체가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AI 자립도가 높아질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상도 중국 시장에서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회사. (사진=연합뉴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빅테크 업체들은 전 세계 AI 시장을 이끄는 미국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향해 반도체 견제를 본격화한 지난 4월 이후, 5개월여 만입니다. 최근 개발 소식이 알려진 알리바바의 신규 AI 반도체는 엔비디아로부터 주로 수급 받아온 AI 가속기 ‘H20’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중국 정부가 자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H20의 구매를 줄이라는 압박이 심화됐습니다. 이에 알리바바가 직접 H20 칩을 대체할 제품 개발에 나서며 중국의 탈엔비디아’가 빨라졌다는 관측입니다. 이 신형 AI 칩은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아닌 중국 내 파운드리 업체에서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알리바바의 AI 칩에 탑재될 여타 메모리 제품들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AI 칩의 필수 메모리인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을 향한 기술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내년 HBM3(4세대) 양산을 목표로 현재 HBM3 샘플 시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당초 예상됐던 시점인 올해 말보다 빠른 성과입니다. 
 
HBM3는 현재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사용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HBME3(5세대)보다 이전 제품이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의 HBM 기술력이 올라갈수록, 향후 중국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의 대체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화웨이의 경우에도,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BM 의존도를 대폭 줄였습니다. 지난달 AI 데이터센터 전용 SSD를 새로 선보인 화웨이는, 낸드플래시 기반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SSD에 연산 기능을 일부 탑재해 HBM이 감당 못 하는 대규모 저장과 전송 기능을 적용했습니다. 이 역시 AI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화웨이는 올해 말부터 AI 프로세서를 전담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 1개를 가동하고, 내년에 추가로 2곳의 문을 열 방침입니다. 
 
이같이 중국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30~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AI 반도체의 국산화가 계속 이뤄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AI 칩 공급망을 벗어나려 하는 중국은 단기간 내에 엔비디아의 AI 칩과 한국의 HBM 제품을 대체하기 어렵다”면서도 “중장기 관점으로 보면 중국 반도체 내재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한국 업체를 향한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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