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최대 쟁점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내란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특별재판부를 구성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민주당 논리입니다. 다만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달 초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일 정책 의원총회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를 거칩니다.
검찰 개혁의 화두는 중수청입니다. 지금까지 언급된 민주당 검찰 개혁안에 의하면, 검찰의 기소·수사권을 분리하는 동시에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새로운 수사기관인 중수청이 신설됩니다. 중수청을 행안부 아래, 기존 수사기관인 경찰청·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둘 것이냐를 두고 당정 간 이견이 나타났었죠.
당내에서는 행안부 소관으로 정리된 분위기입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이 논쟁의 시초가 '검찰을 더 이상 못 믿겠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얘기들이기 때문에 중수청은 행안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행안부에서도) 권한이 남용될 수 있으니 경찰위원회와 같은 통제 기관을 잘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1차 본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여러 잡음 속에서도 검찰 개혁은 민주당 안대로 추진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 이슈를 매듭짓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내란특별법' 제정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5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내란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지귀연 판사 행태나 그 이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련의 문제를 보면서, 내란 재판이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사법부가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시한에 대해서는 "설치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라면서도 "루즈하게(느슨하게) 끌거나 지연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란 특별재판부는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 재판부를 말합니다.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특정 사건을 두고 국회 등 외부 기관에서 법관 임명에 관여한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특별재판부의 위헌 여부는 하나의 의견"이라며 "저희는 그런 유형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위헌이다', '아니다'는 섣부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현희 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를 통해 "사법부가 먼저 스스로 내란 종식이라는 막중한 시대적 과제에 책임감을 가지고,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게 또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며 사법부를 향해 문제를 돌렸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도 "추천위원회를 만들어서 국회도 참여하고 대한변호사협회도 참여하겠지만, 판사들 중에서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전담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악몽 같은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런 식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면 국민은 재판부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게 된다"고 일갈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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