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기도 곳곳에서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 추진위원회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업 추진 방식과 절차를 둘러싼 불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율하지 못하며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공공 대 민간 재개발, 경기 곳곳에서 갈등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곳곳에서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 간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갈등은 동의서 선점 경쟁, 정보 비대칭, 설명회 부족 등 절차상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광명시 광명 3구역은 상가 소유주와 빌라 소유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차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일부 상가 지역이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되면서, 약 230여명의 주민이 재개발 혜택에서 소외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일부 상가주들은 공공재개발이 기존 상권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며 민간재개발을 선호했고 이에 빌라 소유주들과 분쟁이 고조됐습니다.
광주시 역동 141-6번지 일원에서는 공공재개발과 민간(신탁)개발 간 대립 양상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은 “공공인지 신탁인지 의견 청취 없이 추진돼 불신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 신탁개발 측은 더 높은 용적률과 일반분양 혜택을 내세우며 설명회를 통해 4165가구 건립을 계획했지만, 지자체는 이를 충분히 조율하지 못했습니다. 공공재개발 추진 측은 약 2800여가구 공급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고양 원당 6·7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이후에도 민간재개발 추진위가 병행 활동하면서 혼선이 깊어졌습니다.
고양시 원당 6·7 구역 내 모습. (사진= 송정은 기자)
김동원 원당 6·7구역 공공재개발 주민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민간 추진위가 용적률을 299%에서 499%로 과도하게 제시하거나 분담금 규모를 축소하는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해 동의서를 받았다”며 절차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명회조차 생략된 상태에서 서류가 수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공공→민간→공공으로 방식이 번복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동의서가 사용된 정황도 지적했습니다. 김동원 위원장은 “방식이 달라지면 새로운 동의서를 받아야 할 텐데, 기존 동의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효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3월 지역 주민들의 직소 민원에 해당 지역과 소통을 강화하며 원당 6·7구역 공공재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민간 추진위와의 갈등이 오히려 격화하면서 고양시의 조율 능력에 대한 회의도 커졌습니다.
행정기관의 조율 능력 부족…주민 피해 커질까 우려
박서영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용적률 등 주요 정보가 허위·과장되었다면 동의서는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되며, 재개발 방식 변경 시에는 반드시 별도의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철회 동의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있으므로 무시해서는 안 되며, 지자체는 동의서 징구 과정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명 3구역의 경우 광명시가 상가 제외 결정을 내렸지만,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한 후속 소통 체계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다만 8월 말 광명시가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공식 승인하면서 향후 양측 간 갈등 해소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입니다.
대부분의 주민이 고령이거나 외지 소유주였던 원당 6·7구역 등에서는 정보 접근성이 낮아 절차상의 불투명성이 금전적·정서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김동원 위원장은 “사업성이 낮아 주민 부담이 5억~7억원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행정이 단순한 절차 적합 여부로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시 원당 6·7 구역 내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고양시 등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갈등 조율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박서영 변호사는 “허위·과장 설명, 철회 동의 무시 등 의혹이 제기되면 적극적으로 조사·조치해야 하며,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공재개발은 제도가 가진 구조적·법적 허점이 뚜렷하고 이 때문에 민간재개발 추진위 측과 빈번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지자체가 동의서 검증과 정보 공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주민대표회의 의견 반영과 소통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며 “행정이 계속 ‘뒷짐’만 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업의 장기화와 주민 불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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